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얀 Dec 01. 2021

원룸 건물주의 기쁨과 슬픔

돈터뷰7_ 박미희 (40, 안경사, 2016년 2021년 5월까지 원룸 건물주, 김얀의 22년 지기)

       



그동안 거래했던 부동산 계약서들을 모아 둔 미희



[김얀] 미희 님에게 돈이란 무엇입니까?     


[미희]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죠. 친구들 만나서 맛있는 거 먹고, 가족들이랑 좋은 곳에 여행 가고 그러려면 다 돈이 필요하니까요.

      

[김얀] 2016년이면 35살에 원룸 건물을 샀다는 말인데 부동산 투자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미희] 저는 27살에 결혼을 했어요. (2008년) 결혼을 하면서 전셋집을 알아보다가 ‘에이, 어차피 계속 살 거니까 대출을 받더라도 매매를 하자고 결심을 했어요.’ 50% 가까이 대출받으면서 ‘혹시나 집값이 떨어지면 어쩌나, 그냥 나도 안전하게 전세를 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2년마다 이사 다니는 것도 다 돈이고 귀찮겠다 싶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하고 울산 시내에 24평 아파트를 1억 2500에 샀어요. 4~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오르더라고요. 그때 물가 중에서도 입지가 좋은 부동산은 확실히 오르는 구나 했죠. 그것도 그렇지만, 전세로 신혼집을 구했던 친구들은 2년마다 오르는 전셋값을 걱정하며 다들 그때 살껄하는 후회를 했는데 집을 사면서 부동산에 눈을 뜬 저는 좀 더 큰 평수의 브랜드 아파트를 보러 다니고 있었죠. 그렇게 근처의 더 큰 평수 아파트를 3억 1500에 샀아요. 전세 끼고 샀으니 갭 투자였죠. 혹시나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우리가 들어가서 살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산 건데, 그것도 4~5년 지나니 1억 조금 넘게 올랐어요. 그러는 동안 1억으로 조그만 상가 투자를 하면서 임대 수익도 얻고 있다가 1억 5000만 원에 되팔면서 시세 차익도 얻었죠. 그렇게 조금씩 종잣돈을 불려 가며 좀 더 금액 큰 물건으로 갈아타기로 부업 삼아 부동산 투자를 한 거죠.         


[김얀] 부동산 공부는 어떻게 하셨나요?     


[미희] 부동산은 확실히 ‘정보’거든요. 그때는 지금처럼 이렇게 온 국민이 재테크 공부를 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지역별 부동산 투자 카톡방도 있고 그렇지만 그때는 그런 게 없었기 때문에 저는 무조건 발로 뛰었죠. 일단 동네 부동산을 찾아다니면서 부동산 소장님들이랑 친하게 지냈죠. 그러니까 부동산에 갈 때는 빈 손으로 가면 안 되고 뭘 사 들고 가야 돼요. 50대~60대 소장님들에겐 박카스&롤 케이크, 30-40대 분들에게는 스타벅스 커피&마카롱 이렇게 센스 있게(웃음). 이렇게 투자한 1~2만 원이 1~2억으로 돌아올 수도 있거든요. 일단 내가 사고자 하는 물건지 주변 부동산마다 들어가서 제일 신뢰가 가는 곳이 생겼다 하면 소소한 것이라도 사 들고 가서 안면을 트고, 친하게 지내는 거죠. 그러면서 나는 언제든지 투자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보여주면 자연히 신뢰가 쌓이니, 좋은 물건이 뜨면 바로 전화해줘요.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좋은 물건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준비가 미리 되어 있어야 하겠죠. 현금도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사고자 하는 동네의 아파트에 대한 지식이 바싹해요 돼요, 거래가가 얼마라는 것부터, 주위 환경, 앞으로 어떤 호재가 있을지, 각 동마다 차이점 등등 그러니까 이게 좋은 물건이 확실하다는 걸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하죠. 좋은 정보를 주셨는데, “잠깐만요, 알아볼게요.” 하면 이미 다른 사람이 가져가고 없죠. 


[김얀] 아니, 그런데 언제 그렇게 공부를 하고 다닌 거예요? 저와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는데 저랑은 맨날 놀기만 하고, 왜 저한테는 안 가르쳐 줬죠?      


제가 확실히 기억하는데, 10년 전쯤에 내가 얀 님에게도 했어요. 어디 아파트가 지금 얼마나 올랐고, 이게 지금 3천만 원이면 갭 투자가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도 기억나는 게 얀 님이 그때 버럭 화를 내면서 열심히 일해서 돈 모을 생각을 안 하고, 왜 자꾸 그런 투기를 하냐고 해가지고 제가 마음을 한 번 크게 다쳤어요(웃음). 그래서 다시는 얘기를 안 했죠.

      

[김얀] 그때는 제가 삼천만 원도 없었습니다(웃음).     


[미희] 돌아봐도 저는 친구들한테 항상 그런 얘기를 했어요. 근데 다들 같은 반응이라서 결국 아무한테도 얘기를 안 하게 됐죠. 그런데 그때 그렇게 부정적이던 그 친구들이 요즘 재테크에 제일 열심인 것 같아요(웃음). 특히 얀 님은 재테크 책까지 냈지 않습니까?! 저는 지금이라도 우리 친구들이 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100세 시대잖아요. 같이 골프도 치고 여행도 다니면서 오래오래 같이 재미있게 살아야죠. 그러려면 돈이 중요하잖아요. 돌아보면 저도 사회 초년생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이십 대 중반 넘었을 때, 일하던 안경점에서 경제지를 구독하고 있었어요. 손님이 없을 땐 심심하니까 저도 읽어보곤 했는데 거의 매번 반복해서 나오는 단어들이 있더라고요. 분산 투자해야 한다, 요즘은 어떤 펀드가 유망하다 이런 기사들. 그러면서 월급 받으면 그런 펀드에도 넣어보고 진짜 적금보다 수익률이 높으니까 재미가 있더라고요. 부동산은 결혼하면서 신혼집을 사면서 우연히 시작하게 된 거였고요. 


[김얀] 그러면 어떻게 원룸 건물주에 도전하게 되었나요?

      

[미희] 1억, 2억짜리로 하던 상가 투자로 돈이 점점 불려지니 자연스럽게 3억, 4억으로 커지더라고요. 그렇게 만든 종잣돈이 5억 정도 생기니까 10억짜리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면 이제 원룸 투자를 해 보자, 그때만 해도 노후 준비는 원룸 투자라는 공식이 있었거든요. 그때는 파이어족이라는 개념도 아직 들어오지 않았고 저 역시 당장 노후 준비를 할 건 아니었지만, 원룸으로 임대 수익을 받으면서 2~3년 갖고 있다가 1~2억이라도 시세 차익 붙여 팔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그렇게 원룸 건물을 몇 달 동안 보다가 울산 시청 근처에 골조를 올리고 있는 신축 원룸을 대출 끼고 9억 5천에 샀죠. 총 4층 건물이었는데 1층에는 근린으로 나온 사무실 1개, 2층 ~ 3층은 3룸 하나, 원룸 2개, 그리고 4층이 주인 세대로 저희가 살았어요. 그러니까 세입자는 총 6가구, 사무실 1개로 월 임대 수익이 320~ 350만 원정도 나왔어요. 그중에 200만 원은 대출 이자랑 건물 관리비(엘리베이터, 공동 전기세 등등)로 나갔고요.      

[김얀] 직장 다니면서 임대 소득이 120 ~ 150만 원정도면 괜찮은데 왜 계속 팔려고 했나요? (2년 전부터 매물에 내놓았다가 올해 5월 매도 성공)       


[미희] 일단 원룸 건물은 아파트에 비해 많이 안 오르더라고요. 그리고 울산은 대기업이 많아서 다들 퇴직하시고 원룸 건물주의 꿈이 있으셔서인지 원룸도 많고, 중간에 중공업 경기가 휘청이면서 수요가 따라오지 못해서 공실이 생기는 원룸도 많았고요. 저는 결국 이번에 10억에 팔았으니 시세 차익은 거의 없었다 봐야죠. 그래도 진짜 공부가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원룸은 나중에 퇴직을 하고 노후에 대출 없이 하는 건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저처럼 직장이 있고, 50% 정도의 대출을 껴서 이자를 갚으면서 하는 건 비추천해요. 왜냐면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 많거든요. 세입자가 7가구다 보니 정말 별의별 걸로 다 전화가 오더라고요. 특히 저희는 주인 세대에 직접 살았잖아요. 변기가 막혔다부터 모기장에 구멍이 났다는 각종 민원이 아침이고 밤이고 와요. 그리고 원룸은 아무래도 이사 주기가 짧아요, 그럼 날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공실부터 도배 비용, 부동산 복비 이런게 다 돈과 시간입니다.     


[김얀] 그러면 노후에 다시 원룸 건물주를 하실 생각이 있나요?

      

[미희] 솔직히 원룸은 안 하고 싶어요(웃음). 이번에 매도할 때에도 어느 세입자분이 환기를 안 시켜서 생긴 곰팡이를 매수자분이 결로로 오해하시고 자꾸 창문을 새로 갈아 달라고 하셔서 700만 원에 창문 갈고 매도를 했어요. 집 인테리어 중에서는 샷시가 제일 비싼데. 하여튼 끝까지 신경 써야 될 일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계속 상가 투자를 하려고요. 상가 주택도 좋고요. 은퇴 나이를 55세 정도로 생각하고 그때쯤에는 임대 수익으로 월 1000만 원의 현금 흐름을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김얀] 그럼 지금은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투자해 뒀나요?     


[미희] 내년엔 대선이라는 중요한 이슈도 있고, 최근까지 부동산이 급상승했던 터라 약간 휴지기를 가진다는 생각으로 울산, 포항 재건축/재개발 지역에 조그맣게 몇 개 투자해뒀어요. 씨앗 뿌려둔다 생각하고요. 포항 쪽은 지금 주민 동의서 받는 중인데 아무래도 재개발/재건축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고 타이밍과 운이라는 변수도 크기 때문에 잘 되길 기도하면서 기다려 봐야겠죠.

      

[김얀] 2030 구독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      


[미희] 재테크를 하되 너무 돈에만 집착하지 않길 바라요. 재테크는 기본으로 하되 노는 것도 포기하지 마세요. 요즘에 ‘임장 데이트’나 ‘임장 여행’이라는 말이 있던데, 그런 것처럼 돈과 즐거움을 같이 하는 방법도 충분히 있거든요. 그리고 노느라 조금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젊을 때니까 괜찮아요. 젊었을 때의 실패는 결국 돌아보면 약이 되더라고요. 얀 님은 아시겠지만, 저도 젊었을 때 참 많이 놀았거든요. 친구들이랑 웃고 마시고 내가 가진 형편에 맞게 여행 다니며 즐겁게 보낸 시간은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그리고 돌아보면 결국 돈도 운도 사람을 통해서 오더라고요. 친구를 사귈 때도 너무 또래 친구 한정으로 사귀지 말고 나보다 10살 위, 20살 위 분들도 친구라고 생각하고 사귀어 보세요. 저는 서른 살 때부터 10살, 20살 나이 많은 부동산 소장님들과 임장 여행을 다니면서 친구처럼 지냈거든요. 부동산 정보뿐만이 아니라 삶의 지혜 같은 것들도 많이 얻을 수 있어요. 그런데 그분들도 결국 하시는 말이 결국 젊었을 때 추억으로 산다고 하시거든요. 젊었을 때만 할 수 있는 것들,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다양한 연애 경험도 좀 쌓고, 너무 돈만 목표로 딱딱 떨어지는 계획표대로 사는 것보다는 때로는 알 수 없는 우연과 위험에 몸을 맡기는 용기 같은 것들. 저 역시도 돈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돈이 많다고 절대로 더 행복한 건 아니거든요. 좋은 친구들, 즐거움, 우연한 인연, 결국 그런 것들이 저의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해 줬던 것 같습니다.  




         


**김얀의 돈터뷰는 매주 화요일 어피티 머니레터에서 가장 먼저 보실 수 있습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