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다음의 시에서 ㉠이 가리키는 대상은 ‘달’이다. ( O / X )
(정답은 밑에서 확인하세요.)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 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물’과 ‘달’
화자는 본인과 비슷한 사람들을 ‘우리’라고 지칭하며 ‘저’와 같다고 이야기한다. 맥락에 따라 ‘우리’를 비유하는 대상은 ‘물’과 ‘달’로 이해할 수 있다. 두 소재의 공통점은 반복적인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물은 끊임없이 흘러가고, 달은 떠오르고 지기를 반복한다. 화자 역시 애환이 가득한 하루하루의 삶을 반복한다. ‘삽자루’에 맡긴 화자의 삶은 강물에 퍼다 버릴 만큼 ‘슬픔’이 쌓이는 삶이고, 그 슬픔이 점점 더 강을 깊게 하는 삶이다. 1970년대 산업화 시대에 소외된 도시 노동자의 삶을 다룬 이 시는 1978년 발표되었다. 현재에는 ‘문학(천재정)’에 실려 있다.
간접 경험
‘저문 강에 삽을 씻고’는 70년대 산업화를 배경으로 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학생들은 이 시를 공부하며 도시화, 산업화, 소외된 도시 노동자 등의 시대 현실을 배우게 된다. 문학은 간접 경험의 일종이다. 경험해보지 못한 사건들,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 나의 현재가 아닌 시공간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접 경험은 말 그대로 간접 경험일 뿐, 학생들이 겪어보지 않은 과거의 현실에 완벽하게 공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소외된 도시 노동자의 현실이 반영된 시’라는 설명은 관념에만 존재하는 추상적 설명으로 남는다. 문학교과서에서는 다양한 인간의 삶을 그리고 있는 문학을 통해 자아를 성찰하고 타자를 이해할 수 있으며, 이런 경험이 자신과 공동체의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태도를 기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 시가 쓰인 시대에 비해 우리 공동체의 노동 문화는 발전되었나?
지금의 노동자
그 당시 우리는 점심으로 싸가지고 온 찬밥을 여자 화장실 맨 구석 좁은 한 칸에서 돌아 무릎을 세우고 먹었습니다. 학생들이 바로 옆 칸에 와서 “푸드득, 뿡~” 하고 용변을 보면 우리는 숨을 죽이고 김치 쪽을 소리 안 나게 씹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학교 신문과 방송에서 알고 학생들이 취재해갔고 그 상황을 대자보로 붙여서 온 학교가 다 알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를 놓고 지부에서 학교와 협상해서 오늘날과 같이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쉼터를 얻게 되었습니다.
- 도대체 누가 도둑놈이야?, 작은책 저, 작은책, 2010
시가 발표된 지 30여 년 후의 수필이다. 인류의 역사가 진보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이 발명한 제도와 법이라는 안전망은 너무도 성기다. 시대를 막론하고 그 안전망 사이로 보호받지 못하는 소수자들이 양산되었다. 비정규직, 성소수자, 장애인, 여성, 아동 등. 어떻게 그들을 보호할 지에 대한 고민은 차치하고, 법의 보호 자체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도 많이 존재한다.
시의 화자는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돌아가야 하는 처지이다. 학생들에게는 이 시구를 해석할 때, 화자뿐 아니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소외된 노동자들이 많이 있는 사회였다고 이야기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런 현상을 구조적 모순이라고 가르치면서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개인의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알게 모르게 남아있다. 문학을 통해 자신과 공동체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다는 교과서의 말은 과연 실현되고 있나?
Q. 다음의 시에서 ㉠이 가리키는 대상은 ‘달’이다. ( O / X )
A. O
( ㉠으로 표시되어 있는 바로 윗 행에 나와 있는 소재는 ‘물’이 아니라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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