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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따뜻한 무늬

by 아홉개의 방

모든 실이 한 가지 색이어야만 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햇살이 가득 내리쬐는 베틀을 보았습니다.

진홍색 실, 남색 실, 상아색 실이 제각기 다른 결을 뽐내며 하나의 풍경을 짜고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색이 빚어낸 여백은 결점이 아니라, 다음 색이 숨 쉴 자리를 내어주는 너그러운 쉼표였습니다.

잘 짜인 리넨 천 위로 나른한 바람이 스치고,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평온한 안단테처럼 공간을 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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