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굳게 닫힌 작은 단지가 하나 있습니다.
때로는 누군가의 앞에서 조심스레 그것을 꺼내 보입니다.
뚜껑을 아주 조금만 열어도 묵직하고 퀴퀴한 냄새가 배어 나와 공기를 축축하게 적십니다.
호의로 가득했던 상대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봅니다.
서둘러 뚜껑을 다시 닫습니다.
대화는 길을 잃고, 방 안의 온도는 한 뼘은 더 내려간 듯한 침묵만이 남습니다.
이것이 유일한 진심이라 믿으며, 왜 자꾸만 이 부패한 공기를 권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