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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그린 나의 초상

by 아홉개의 방

차가운 복도 끝, 누군가 멋대로 그린 나의 초상화가 걸렸습니다.

사람들은 그림 속 음울하게 뒤틀린 입꼬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들의 수군거림은 대리석 벽을 타고 낮게 울렸습니다.

제 목소리는 먼지 쌓인 공간의 서늘한 공기 속으로 흩어질 뿐이었습니다.

해명하려는 모든 몸짓은 캔버스 위 유화 물감을 한 겹 더 굳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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