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창문 너머의 세상을 삼켰던 것은 짙은 안개였습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희뿌연 막막함에 방 안의 공기마저 서늘하게 식어가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동쪽 하늘부터 옅은 온기가 번지자, 거대했던 안개의 군단은 거짓말처럼 흩어졌습니다.
그들이 남기고 간 것은 차가운 난간 위, 풀잎 끝에 영롱하게 맺힌 몇 방울의 투명한 물기뿐이었습니다.
손끝으로 가만히 훔쳐낸 그 작은 축축함이 어젯밤 제 마음을 무겁게 누르던 모든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