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비추는 스테인드글라스

by 아홉개의 방

스테인드글라스 너머로 쏟아지는 빛을 말하지만 정작 그 빛을 등지고 서 있었다.

그림자는 길고 선명했고, 앞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 위로 무겁게 드리워졌다.

목소리는 유려했지만, 그 말들은 천장의 샹들리에에 부딪혀 산산이 흩어졌다.

그는 누구보다 먼저 렌즈 앞에 섰다.

빛은 언제나 그를 향해 있었고, 그는 그 빛이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스테인드글라스는 알고 있었다.

빛은 원래 저편에서 왔다는 것을. 그가 비추는 건 빛이 아니라, 빛에 가려진 자신의 윤곽뿐이라는 것을.

그는 오늘도 기도한다. 누구를 위한 기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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