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껍데기

by 아홉개의 방

가끔, 사람들은 진짜처럼 웃는다.

입꼬리만 올라가고 눈은 죽어 있는 그런 웃음.

회의실 테이블 위로 쏟아지는 형광등 빛 아래서, 우리는 모두 조금씩 플라스틱이 되어간다.

"괜찮아요"라는 말이 입에서 나올 때마다, 목구멍 어딘가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마치 녹슨 경첩 같은.

퇴근길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얼굴을 볼까.

누군가의 것 같으면서도, 분명 내 것인 그 윤곽.

손을 뻗으면 차가운 유리만 만져질 뿐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의 쇼윈도 앞을 지나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진짜 같은 가짜들끼리.

keyword
작가의 이전글흐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