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늘 제 자리를 찾아 흐른다는 걸, 나는 오래도록 믿지 못했습니다.
강물은 그저 흐르는 게 아니라 쓸려가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의지와 상관없이 밀려나는 것들처럼요.
하지만 새벽 강가에 선 지금, 물소리를 듣고 있자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안개가 세상을 가리고 있지만, 물은 여전히 제 길을 알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흐르고, 막혀도 돌아가며, 결국 가장 낮은 곳에 고입니다.
그게 물의 방식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내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길이 없는 건 아니겠지요.
발끝을 적시는 이 공기처럼,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나도 물처럼, 흐르다 보면 언젠가 닿을 곳이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