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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옹알이 Sep 15. 2021

사진에 대하여

사진과 기억은 닮아있다

사진은 찰나의 기록이다.

애석하게 흐르는 시간을 잡아두려는, 가엾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발악일 수도 있겠다.

요즘엔 언제 어디서나 촬영할 수 있는 수단이 모두의 손에 하나씩 들려있다. 순간을 기록하기에 용이해졌다.

쉽게 찍고 쉽게 지운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입학식, 졸업식, 할머니 환갑잔치와 같이 특별한 날에 모여 어색한 표정으로 한컷 남기는 것이 사진의 정석이었다.

순간의 소중한 기억을 필름에 새기는 것이었다.

어쩌면 쉽게 찍을 수 있는 편리함을 얻은 대신 의미가 조금 퇴색된 걸지도.


기억은 믿을게 못 된다.

이미 많은 실험과 논문을 통해 인간의 기억력이 얼마나 어잖은 것인지에 대해 증명해왔다.

나는 기억력이 아주 나쁘다.

당장 어제 저녁에 뭘 먹었는지도 헷갈리는 사람이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찍은 사진을 보고 기억을 되짚는 것이다.

이 때 내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 누구와 함께 했는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와 같은 의미를 사진에 담는다.

추억을 통째로 담을 순 없겠지만 순간은 기억할 수 있다.

누구나 소중한 찰나를 간직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래서 사진과 기억은 닮아있다.

기억에 대한 욕망의 산물이 사진이고 그래서 나는 사진을 찍는다.

나는 사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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