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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오안 Sep 22. 2021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주면 생기는 일

좋은 사람

"삼촌이 태어나서 운 적이 언제냐면...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한 번 울었고, 작은 누이 결혼식 할 때 삼촌이 피아노를 쳤거든. 그때 눈물이 나더라. 그렇게 지금까지 두 번 울었어."

오빠는 잘 구워진 고기를 잘라주며 말했다.


'왜 저뢔.... 술은 마이 안 먹은 거 같은데..'


평소 우리 딸아이를 매우 이뻐하던 오빠는 항상 아이의 안부를 묻곤 했다.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이 힘든 게 많을 텐데.. 라며. 그런데 오늘은 그 아이가 직접 왔으니 서비스가 보통이 아니었다. 마당에 바비큐를 세팅하고 야간 특별 스탠드까지 끌어와 테이블 가까이 놔주었다. 사실 비가 올 수도 있어서 야외 바비큐 세팅에 전기까지 끌어오는 거는 마음이 당기지 않으면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이었다.


잠시 후 오빠는 우리 아이에게 삼촌이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며 그래도 되겠느냐고 했다.


"노래? ㅋㅋ 왜 그래 오늘?"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할 땐 철이 들었던지.. 죽을 날이 멀지 않 ㅋㅋㅋ


오빠는 아이를 먼저 음악실 VIP석 카우치에 앉혀주었고, 나보러는 2절 할 때 들어오라고 했다.


'뭘 할라고 저렇게 세팅을 하는 건가....'


이윽고 노래가 시작되었다. 양희은 노래 '네 꿈을 펼쳐라'를 선곡한 오빠.. 피아노 애드리브가 뭔가 구성지달까.. 그리고 오빠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째.. 노래도 꽤 잘한다.. 근데 떨고 있나..? 왜 목소리가....


'꽃신 신고 오느은... 아!! 지랑이 !손!을  내민다..아'


랑이!! 에서 반박자 숨을 쉬고 들어간다.

우나??


나는 너무 눈물이 나는 걸 참고 2절이 되어 들어갔다. 오빠는 눈물을 흘리며 열창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 모습을 보는데 나도 너무 눈물이 났다. 그리고 그걸 꾹 참으며 함께 화음을 넣어주었다.


'네 꿈을 펼쳐라~ (네 꿈을 펼쳐라아~~)'


자리는 온통 감동의 눈물바다였다. 노래가 끝나자 우리 딸도 한 없는 감사와 감동의 눈물을 폭풍같이 흘렸다. 우리는 다 같이 끌어안고 울었다


"야, 너는 엄청 사랑받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꼭 기억해. 좋은 사람이 되면 훌륭한 거야. 좋은 사람이 되거라"


그래서 오빠는 오늘 아마도 인생 세 번째 눈물을 흘릴 거라는 이야기였나 보다.



평소에 축가 선물을 받기란 쉽지 않다. 특히 요즘은 뭐만 하면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하는 그런 시대인데 작정한 감동 장치에 걸려들 때는 옴짝달싹 못하고 눈물이 나버리는 거다.


다시 이 노래 '네 꿈을 펼쳐라' 원곡을 찾아보며 심플하면서도 강한 메시지를 한 번 더 되뇌어 보았다.



양희은 '네 꿈을 펼쳐라' 네이버

꽃신 신고 오는 아지랑이 속에  님아

파란 하늘 가득 고운 꿈을 싣고 날아라

사는 우리 사람 모든 아픔 어루만지리

꽃신 신고 오는 아지랑이 속에 내 님아

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라



아이를 향한 진심 어린 축복의 메시지다. 오빠의 섬세한 선곡 솜씨가 느껴진다. 노래는 50대가 부르고 듣는 사람은 10대이니.. 선곡이 어려웠을 텐데.. 가사를 보니 아마 본인이 울 것 같다고 이미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예상치 못한 친정 오라버니의 축복송.. 우리는 한 없는 행복을 느꼈다.



누굴 위해 노래한다는 것...

행복한 다짐을 하게 해주는 위대한 힘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과 여러분 자녀에게도 이 노래를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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