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응시와 침묵 사이의 나
말해지지 않은 것들을 위한 18개의 노트
1부 - 경계에 머무는 사람
1. 예술가가 되지 않으려 애쓰는 예술가
2. 확신이 없는 사람의 세계
3. 나는 왜 자꾸 사라지려 하는가
4.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 사이에서
5. 내가 만든 것이 나를 만든다
6. 흔적은 때로 말보다 무겁다
Interlude - 머물렀던 자리로부터
2부 - 조용한 무게들
7. 결핍이라는 출발선
8. 말보다 오래 남는 것들에 대해
9.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에 대해서
10. 응시와 침묵 사이의 나
11. 존재는 때로 아주 작고 조용하게 지나간다
12. 무응답이라는 대화
Interlude - 조용한 무게들을 향해
10. 응시와 침묵 사이의 나
나는 누군가의 시선을 오래 마주보는 일이 어렵다. 그 눈빛 안에 담긴 말 없는 질문들, 아직 꺼내지 않은 판단, 그리고 무엇보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한 침묵이 자꾸만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마치 내 생각과 감정이 그 사람에게 모두 읽힐 것만 같아서 나는 자주 고개를 돌리곤 한다.
말보다 무서운 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눈빛이다. 그 눈빛은 나를 향해 있지만 나는 그 안에 나 자신을 비추고, 스스로의 불안과 결핍을 조용히 채워 넣는다.
나는 겉으로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다. 표정 하나, 침묵 하나, 눈빛 하나에도 나는 쉽게 흔들리고, 그 속에서 나를 잃을 때가 많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 시선을 통해 나 자신을 더 들여다보게 된다.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는 감각이 오히려 나를 내 안으로 이끈다. 시선과 시선 사이, 말과 말 사이의 조용한 틈 사이에서 나는 자주 스스로를 의식하게 되고, 그 의식 속에서 내 감정의 결을 더 선명히 느끼게 된다.
응시와 침묵은 불편함을 안겨주지만, 가끔은 그 불편함을 좋아하게 된다. 말없이 마주 본다는 것, 그 자체로 이미 많은 감정이 오간다는 증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시선, 설명보다 가까운 눈빛, 말보다 오래 남는 고요...
나는 그 시간을, 그 고요를 천천히 즐기기도 한다.
나는 여전히 망설이기도 하고 자꾸만 피하고 싶어질 때도 있지만, 그 응시와 침묵의 한가운데서 나는 나를 가장 깊이 느낀다.
말로 다 닿을 수 없는 마음은 때로 눈빛 하나에 담기기도 하고, 그 말 없는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가까워지는 지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불편한 침묵 속에서조차 나는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그 시간이 나를 말해줄 때가 있다는 걸 나는 아주 천천히 배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