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은_믹스
섞어라! 그럼 팔릴 것이다.
바야흐로 믹스의 전성시대다. 어디 보자, 작년 8월 발간된 이 책 이후로 기억에 남는 Mix의 사례가 뭐가 있을까..
먼저 ‘Mix’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코카콜라’가 있다. 얼마 전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와 콜라보 한 코카콜라는 크리에이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롤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치의 맛을 한정판 그대로 구현했다. 이름하여 “코카-콜라 제로 레전드!” 과연 롤에서 얻는 ‘경험치의 맛’이란 게 어떤 걸까 싶겠지만, 먹어보면 그냥 우리가 아는 제로 콜라 맛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음료 맛이 아니다. 이번 콜라보를 통해 코카콜라의 외관은 우리에게 익숙한 빨간색 캔이 아닌 롤의 로고인 금색과 진한 초록색으로 장식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롤 유저라면 한눈에 알아보았을 ‘소환사의 협곡 지도’를 패키징에 녹이는 디테일함까지 선보였던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캔을 오픈하면 캡 후면에 적힌 8자리의 숫자를 이벤트 페이지에 입력하면 곧바로 이벤트 당첨 여부를 알 수 있다. 상품 중에서는 코카콜라 크리에이션 레전드 키트라고 야무진 구성으로 제작하여 국내 300만 롤 유저들의 구미를 돋게 했는데, 그래. 이쯤 되면 ‘경험치의 맛’이 뭔지 좀 느껴질 만도 하지.. 이렇듯 섞으려면 어설프게 말고, 제.대.로 섞어야 한다.
또 다른 ‘Mix’는 한참 게임업계에 불어닥친 IP(지적 재산권) 마케팅 열풍에 힘입어 넷마블은 ‘쿵야IP’ 캐릭터를 맥도날드, 카카오톡 등과 협업해 출시 21년 차 된 게임 캐릭터를 MZ 세대를 공략하는데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넷마블은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여의도 IFC몰에서 맥드날드와 함께 ‘쿵야 레스토랑’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다. 맥도날드는 신메뉴인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버거’를 홍보하는 데 이쁘고 잘생긴 아이돌을 쓰는 대신 21년 차 양파 모양 캐릭터를 채택한 과감함을 선보였다. 출시 21년 된 게임 캐릭터계의 고조할아버지 격인 쿵야의 부활은 MZ 세대에게 추억과 공감을 함께 자극하고 전혀 관련 없는 업계와의 콜라보를 통해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 라는 점.
이렇듯, 혼자의 힘만으로 성과를 내는 것보다 협업을 하면 훨씬 큰 성과를 낸다는 건 이젠 보편적인 사실이다. 하지만, 섞는 것도 그냥 섞는 게 아니라 ‘잘’ 섞어야 한다. 아디다스의 경우 과거에 미국의 유명 레퍼 칸예 웨스트의 브랜드인 이지(Yeezy)와 협업을 통해 출시한 운동화 ‘이지부스트’는 폭발적인 인기로 매년 연간 2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매출 성과를 냈지만, 이후 칸예가 나치를 옹호하는 등 유대인 혐오 발언을 쏟아내면서 이지부스트 또한 혐오 제품으로 취급되어 버렸다. 결국 아디다스는 칸예와 콜라보 한 제품이 팔리지 않자 무려 5억 달러(대략 6600억쯤)의 재고 부담을 떠안게 되었고, 소각하거나 제 3국에 판매하는 등의 해결 방안을 고려했지만 어떤 쪽이든 기업 리스크로 연결될 수 있는 우려가 있었다. 이렇듯 Mix의 실패는 단순히 경제적 손실만 일으키는 게 아닌 몇 십 년간 쌓아온 기업 이미지에 큰 손상을 줄 수 있는 끔찍한 실패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Mix는 분명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이 땅 위에 혁신을 일으킬 가장 간단한 방법이자, 마케터로 하여금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져다주는 전략이다. 다만, 성공적인 Mix를 위해 우리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소비자에게 전하고 싶은 ‘가치’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치 브로스의 경우 그것은 ‘사랑’ 이었고, 파타고니아의 경우 ‘친환경’이라 할 수 있고, 페기 구의 경우에는 ‘자기다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뭐가 됐든 섞다 보면 이것도 좋아 보이고 저것도 좋아 보이니 팔랑귀가 되지 말고 더더욱 심지를 굳혀 나 혹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