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_이기적유전자
까만 건 글씨고 흰 건 종이로다~ 글자를 읽는데 글자가 뇌에 도달하지 못하는 신비한 체험을 했습니다.
읽기야 읽었지만 이해한 내용은 30%정도나 될까요.. 혹시 진화의 과정에서 내게 온 유전자가 돌연변이 열성 유전자로 이해력이 심히 딸리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도 했었지만, 책 자체가 기본적으로 생물학적 지식이 베이스로 깔려있어야 읽기 수월하다고 하네요 ^^ 그래도 저는 모두가 책장에 하나씩은 꽂혀있는 장식용 벽돌 책 중 하나인 이기적 유전자를 완독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어려운 책인 만큼 토론에 참석해 의견을 나눠보면 더 풍부한 지식을 터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모임에서 뵐게요! :)
책을 읽기 전 표제만 보고 책의 전반적 내용을 추론해 봤다.
이기적 유전자.
'말 그대로 유전자는 생존하고자 하는 맹목적인 목표만을 추구하니 이타성은 완전히 배제된 형태가 가장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도로 귀결될 것으로 책 내용을 상상했다. 이것을 사람에 대입해 보자면, 결국 대대손손 잘 먹고 잘 사는 종자는 늘 우리의 뒤통수를 치고, 호의를 원수로 갚고, 성공을 위해 남의 등에 칼을 꽂을 줄 아는 유전자의 소유자인 것일까? 또한, 폐지 줍는 노인이 불우 이웃을 돕기 위해 전 재산을 기부한다던가 사람을 구하고 순직한 소방관처럼 마땅히 박수받아야 할 행위들은 생물학적 관점에서 진화에 도태한 행위인 것인지.
허나, 책은 이에 대해 개체 수준의 이기적 행동과 유전자 수준의 이기적 행동을 구분할 것을 요구한다.
그 일례로 책은 사바나의 가젤에 대해 말한다. 포식자를 발견한 가젤은 위험을 감수하고 펄쩍펄쩍 뛰며 동족에게 경고를 하는데 이것은 개체의 이타적 행동이다. 결국 위험을 경고하는 희생자가 있는 그룹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는 것. 하지만, 이렇게만 이해하는 건 저자의 논증과는 대치되는 집단 선택설이다. 도킨스가 주장하는 바는 집단이나 개체의 단위가 아닌 유전자 단위의 혈연선택이다. 자신의 유전자는 소멸(개체의 소멸) 해서 다수의 유전자를 나눈(자식 혹은 친척까지) 개체를 살리고자 하는 유전자 성질이 오랫동안 종속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나저러나 두 이론 모두 이타적 속성을 가진 무리들이 살아남을 확률이 크다는 모티브는 같지만 그 최소 단위가 유전자라는 건 확실히 신선하게 다가온다.
최소 단위가 유전자라는 건 무슨 의미일까? 우리는 리모컨을 쥐고 있는 유전자에 의해 움직이는 로봇과 다름 없는 걸까?
사실은 그렇다.
우리는 태초의 원시 스프에서 우연한 화학반응에 의해 탄생한 유기물일 뿐이며 생물학적으로 나란 존재는 ‘유전자 셔틀’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그렇다고 염세적인 태도로 세상을 살아갈 필요는 없다. 생물학적으로 ‘유전자 셔틀’이란 사명을 부여받았다면 이미 건강한 몸으로 생존하고 있는 것에 내 역할 50%는 끝냈다고 본다. (추후 번식까지 하면 100% 달성!) 또, 타인에 대한 이타심이 실패한 전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은 책이 포괄적합도나 게임이론을 통해서 증명하고 있으니 걱정할 것도 없다. 도입부에 쓴 폐지 줍는 노인이나 순직한 소방관은 생물학적 관점에서도 이타적인 전략으로 종족 번식에 기여한 바이니 여전히 박수갈채를 받을 일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고 삶의 갈피를 잃어버릴 일 없이 마음껏 이타적이고 또 마음껏 베풀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