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_양자물리학적 정신치료 빙의는 없다
주변을 암만 둘러봐도 도통 공포물에는 관심이 없다. 컨저링 유니버스가 개봉할 때마다 벌렁거리는 심장과 함께 영화 티켓을 여기저기 들이밀어도 거부당하기 일쑤라 스푸키는 기대가 큰 클럽이다. 당연히 공포 소설을 읽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이번 책을 보고는 양자역학과 빙의라니 웬 빵상스러운 조합인가 생각했다.
책의 도입 부분은 매우 어렵다. 입자와 파동의 에너지를 가지고 빙의를 설명한 것 같은데, 그래서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모두 가진 소립자가 귀신이라는 건지 뭔 말인지.. (모임 참석 전까지 공부하고 가겠습니다.) 흥미로워지기 시작한 건 저자의 임상 사례를 모아둔 파트 3부터다. 실제 내담자와의 대화를 보면 양자역학이고 뭐고 이건 그냥 귀신 씌운 게 확실하다. 기억에 남는 사례는 과거 청룡열차를 탄 이후부터 간질 증세가 나타난 어린 학생인데, 이런 빙의 현상이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법한 트라우마로부터 발현되는 게 흥미롭다. 만성피로도 빙의 현상 중 하나로 소개되는데 이건 그냥 내 얘기인데? 어쩌면 내가 가지고 있는 만성피로의 원인은 우리 회사 팀장이 아니라 빙의 일 수도…
나는 책을 모두 읽고 영화를 봤는데, 영화를 먼저 봤다면 책의 내담자 사례들이 더 공포스럽게 다가왔을 것 같다. 톡투미는 참 MZ스러운 영화였는데, 이전에 내가 봐왔던 비슷한 류의 영화는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 빙의를 시도하는 건 무거운 분위기로 클라이맥스쯤 가야 등장하는 하이라이트 씬이었다. 톡투미는 빙의가 영화 초반에 그것도 MZ들 사이에서 놀잇거리 쯤으로 등장하는 건 확실히 신선했다. 하지만 빙의가 90초 이상 지속되면 안 되는 점, 미아에 빙의된 귀신이 엄마 흉내를 내고 미아를 가스라이팅 하는 점, 영화의 최약체인 라일리가 타겟인 부분들은 너무나도 평이한 시퀀스라 영화를 보면서도 다음 사건들이 예측 가능해 긴장감은 많이 떨어졌다. 그리고 죽은 미아가 다시 스페인 MZ들의 놀이거리로 전락한 순환구조도 이미 미아가 가위 들고 라일리를 찾아갔을 때 예측했다. 그럼에도 토론에서 얘기해보고 싶은 몇몇 포인트가 있는데, 미아는 과연 자살을 한 건지 혹은 제이드로부터 떠밀린 건지에 대한 점과 과연 라일리의 병실에서 미아가 어린 소녀와 빙의를 통해 본 라일리가 고통을 받는 장면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내용이 있다.
마지막으로 속편의 제작 계획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에서 무책임하게 던져놓은 떡밥들이 너무 많다. 가령, 영매의 손의 주인에 대한 이야기나, 왜 미아에 빙의된 귀신은 타인의 목숨을 앗아가려고 하는지, 미아가 본 지옥 같은 공간은 무엇인지 등. 풀어갈 만한 이야기들이 많으니 시리즈로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