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니가 프랑켄슈타인이었구나<프랑켄슈타인>

프랑켄슈타인 - 메리 셸리

by 해찌
출처 : 예스24

작품이 쓰이기 시작한 19세기 초는 프랑스혁명의 여파와 산업 혁명으로 인권, 정의, 권리, 법 등의 사고가 새롭게 적립되는 격동의 시대였다. 메리 셸리는 당시 루소나 로크 같은 계몽주의 사상가들의 영향을 받아 이들의 사회 계약이나 자연권 등의 개념이 작품 속에 반영되었다. 이는 작품 속 괴물의 위치에서 잘 드러나 있는데, 괴물은 생명을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로부터 배제당하며 기본적인 권리조차 인정받지 못한다. 즉 사회적 계약이 실패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을 괴물을 통해 보여준다고도 볼 수 있다. 여기에 최초의 ‘무정부주의자’와 최초의 ‘페미니스트’라는 범상치 않은 타이틀을 달고 있는 부모를 둔 메리 셸리의 독특한 성장 배경도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에 한몫했을 것이다.


사회의 불합리성은 작품 곳곳에 묻어나 있다. 예를 들어, 빅터의 동생 윌리엄의 살인 혐의로 누명을 쓴 유스틴은 사회적 편견과 종교적 압박으로 인해 거짓 자백을 하고 교수형에 처해진다. 또한 사피의 아버지 터키 상인도 정부의 미움을 사서 부당한 사형을 선고받은 인물로 이를 선한 의도로 구제하려는 펠릭스 마저 휘말려 드 라세 가문은 몰락하고 만다. 반면, 빅터가 클레르발의 살인 혐의로 기소되었을 때는, 그의 높은 신분과 지위로 특별한 대우를 받고 이내 무죄로 석방된다. 이는 유스틴의 사형집행 과정과 대조되며 당시 법이 신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빅터와 괴물 간의 관계는 정당한 권리에 대한 갈등으로 볼 수 있다. 괴물은 사회적 편견과 자신의 외모로 인간 사회에서 배척당하고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다. 이에 괴물은 창조주인 빅터에게 여성 동반자를 요구하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 허나 빅터는 인류의 평화라는 명분으로 이러한 요청을 거부하고 여성 괴물을 파괴한다. 이는 빅터가 괴물의 고유한 권리를 무시한 것으로, 그 후 괴물은 자신의 악행이 불의와 고립에서 비롯되었음을 강조하며 정의와 존엄을 요구한다. 이를 한 발짝 떨어져서 본다면 공동선을 위한 도덕적 판단으로 개인의 권리와 존엄성을 무시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물음을 던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빅터는 새로운 생명을 창조했지만, 자신의 창조물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해 비극이 초래한다. 이는 단순한 플롯처럼 보이지만 그 함의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부모와 자식 간의 책임 문제에서부터 기술로 발생되는 불평등, 기후 변화, AI의 자율성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탄생시킨 모든 창조물에 대한 책임과 정의의 기준이 모호함을 시사하고 있다.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의 욕망과 무책임함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반추하며 오늘날에도 유효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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