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by 임형규

일상은 잘 가꾸어둔 작은 정원과 같다.


약속이라도 한 듯 꽃들은 제 자리에 피어 있고,

물을 주는 시간도, 햇볕이 드는 각도도 익숙하다.


이 평화로움이 내가 시간을 들여 공들여 지켜온 소중한 세계다.


가끔은 매일 같은 색의 꽃만 피어나는 이 풍경이 나를 정체시키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곤 한다.


익숙함이 주는 안온함이 가끔은 나를 가둔 벽처럼 느껴지는 순간들.


그럴 때마다 정원 담장 너머,

길들여지지 않은 숲속에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소리에 자꾸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곳엔 내가 심지 않은 야생화가 제멋대로 피어 있을 테고,

예상치 못한 날씨변화에 소나기를 맞으며 당황스러움을 내비치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익숙한 정원 가위를 내려놓고 낯선 숲의 흙을 직접 밟아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정해진 길을 벗어날 때 비로소 느껴지는 낯선 공기,

그 짧은 숨구멍이 나를 다시 살게 할 거라는 확신을 느낀다.


익숙함을 지키는 것은 이 정원의 뿌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책임감이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은 담장을 허물며 세계를 넓히는 생명력이다.


오늘 나는 익숙한 꽃 한 송이를 꺾어 들고,

낯선 숲으로 향하는 첫 발을 내딛는다.


나의 정원은 여전히 이곳에 존재하고, 나는 조금 더 자유로워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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