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민규 Jul 10. 2020

#아들마음읽기_3

승후의 방울토마토 세 알

승후가 감자캐기체험을 다녀왔을 때의 일이다


급작스런 장마소식으로 어린이집 체험활동이 하루 앞 당겨 진행되었다.    

열심히 감자를 꺼내보고 한봉다리 집에 가져왔는데 아직 맛을 보진 못했다

(아빠는 사실 감자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사진을 보니 호미를 들고 썬캡을 쓰고

향긋한 흙내음과 싱그러운 초록을 눈에 담았구나    


제법 굵직한 감자와 씨름하느라

송글송글 땀방울도 보이고 늠름한 사내대장부의 기골이 보이는게

어느순간 또 한뼘 성장했음을 느낀다    


어린이집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보이는 텃밭에는 방울토마토가 심어져있다.

평소 동그란 형태의 장난감이나 사물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를 좋아하는 승후에게

방울토마토가 주렁주렁 매달린 신세계는 최고의 놀이터

아직 익지도 않은 방울토마토 세 알을 조심스레 따고서는 주머니에 쏘옥 넣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버스안


잠시 잊고 있던 주머니속 방울토마토를 꺼내

요리조리 굴려도보고 만지작거리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귀엽고 앙증맞은 너의 모습이 그려져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빠를 주려고 예쁜 방울토마토를 가져왔니?”라고 물었지만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아빠의 바램

(엄마아빠에게 꼭 주고싶은 마음, 소중히 간직하고픈 무언가를 누군가를 위해 준비하고 전달하는 따뜻한 마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눈에 담아 보고 그 마음을 나누려는 곱디고운 승후의 마음


사실

그저 한낱 장난감에 불과했을 방울토마토 세알은

나에게 엄청난 의미를 부여해 주었다    


다음날

부엌 구석에 놓여진 방울토마토를 아침에 눈을 뜨니 승후가 찾는다    


승후는 두 개 / 아빠는 하나

아빠입에 쏘옥 넣어주고는 입안에서 굴리며 놀다가

다시금 뱉고는 이내 흥미를 잃었다.    


승후가 나에게 방울토마토를 전달하는 순간

그저 그 손길 하나에 나는

‘그래 승후의 방울토마토 세알은 곱디고운 승후의 마음이였구나!’를 외쳤다.    


승후의 행동하나하나가

올곧게 자라나길 바라는 아빠의 작은 소망으로

‘나보다는 남이 웃는게좋아’라는 아빠의 신념으로

그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어린이로

자리잡아나가길 바래본다.

작가의 이전글 #아들마음읽기_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