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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디스트 Oct 10. 2023

이룸의 비밀 #1

'당연함'과 '사랑'

#1     

49세 김기수 씨는 의류를 수출하는 중소기업의 부장이다.     

말이 부장이지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한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그는 무표정을 넘어 심술 난 얼굴로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스트레스가 3배, 4배로 증가하는 월요일 아침.     

     

가끔 말썽부리는 자동차가 하필이면 월요일에 그에게 딴지를 걸었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겨울 배터리 방전 문제.     

긴급출동 서비스를 받아 응급처치했지만 배터리 교체를 권유받는다.     

10분 정도 달리면 다시 시동은 걸릴 거라는 말만 귀에 들어온다.     

일단 늦었으니 출발.     

     

늦어서 서두르는 날엔 유달리 차가 많아 보이는 법.     

더군다나 월요일 아침이 아닌가.     

차선을 곡예 하듯이 넘나들며 전진하려 애쓴다.     

     

드디어 한 겨울에 땀까지 흘리며 마지막 블록에서 우회전하는 순간, '쿵 '소리가 났다.     

보행신호를 기다리는 앞차와 원치 않는 키스를 하고 말았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일단 내렸다.     

큰일 났다.     

접촉 사고 대상 차는 말로만 듣던 마이바흐....     

눈앞이 하얗다.     

     

그처럼 불행의 대상자가 된 앞차에서도 사람이 내렸다.     

일단 안전거리 미확보 등등... 큰 소리 쳐보고 안되면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지 뭐... 아이씨... 증말!      

그가 김 부장에게 다가왔다.     

김 부장이 그를 쳐다보자, 그의 동공이 커졌다.     

'아! 이제 죽었다.'     

 큰소리로 선수를 치려는 기세는 어느새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두 손이 공손히 모아졌다.     

     

천천히 다가오는 그가 이제는 슬슬 웃는 모습까지 보이기 시작한다.     

'뭐지. 저 인간...'     

'사이코패쓴가..'     

'뒷수습은 둘째치고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닌가..'     

     

바로 코 앞까지 그가 김 부장에게 다가왔다.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그에게 그가 한 말은 너무 엽기적이고 기이하게 들렸다.     

     

"야, 임마..."     

"너 너... 혹시 기수 아니니?"     

     

벌벌 떨며 김 부장은 끌려온 죄수처럼 대답했다.     

"네.. 저 기수 맞아요. 그런데 어떻게…. 제 이름을."     

     

그는 김 부장의 손을 잡으며, "나야, 임마, 우식이."     

아! 천우식. 고교동창생.     

     

"기수야, 일단 차부터 빼자. 뒤에 난리도 아니다. 나 따라와."     

김 부장은 5분 안에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일들이 믿겨지지 않았다.     

     

천우식이 멈춘 곳은 한 건물의 주차장이었다.     

"그래 우식아, 일단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수리하고 청구하면 수리비를 보낼게."     

'아, 이런 외제 차는 잔흠집만 나도  몇백 아니면 몇천이라는데..'     

     

"기수야, 괜찮아. 범퍼는 부딪히라고 있는 거니까, 까진 거 좀 칠하거나 하면 돼.'     

"걱정하지 말고 들어가서 차 한잔하자."     

     

어안이 벙벙한 김기수.     

맘이 좀 놓이자, 현실이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우식아, 정말 정말 고맙다. 그런데 내가 지금 출근 중인데 많이 늦어서. 어쩌지?"     

"기수야, 회사가 이 근처니?"     

"응. 다음 블록이야."     

"그러면 이따 퇴근하고 좀 보자. 반가워서."     

"그래 우식아. 어디서 볼까?"     

"올 때 전화하고 이리로 와, 여기가 회사야. 차 놓고 가도 되고."     

우식은 기수에게 명함을 건넨다.     

기수도 그렇게 했다.     

     

늦은 기수는 차를 볼모로 맡기듯이 하고 회사로 달렸다.     

회사에 도착한 기수의 하루는 또다시 반복되는 쳇바퀴의 연속이었다.     

왜 늦었냐는 사장의 힐책과 산더미처럼 처리해야 하는 일들.     

     

드디어 점심시간이 되었다.     

직원 몇 명과 김치찌개 백반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와 진하게 커피 믹스 한 잔 타 마셨다.     

유일한 안락의 시간.     

문득 아침 일이 생각났다.     

주머니에서 만져지는 명함을 꺼내 들었다.     

     

(주) 펜타솔루션 대표 천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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