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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ah Jul 06. 2021

시니어 개발자의 면접

8년 만에 면접이라니

2013년에 현재 직장에 왔다.

입사할 때 농담으로 10년 다닐 거라고 했는데 벌써 8년을 다녔다.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게 된 예전에 같이 일한 동료의 권유때문이었다

이력서나 한 번 내 보라는... 농담 반 진담 반에서 시작했다.


이상한 권유에 넘어가 일단 경력 기술서를 썼다.

연차가 좀 있는지라. 옛날 것은 간략하게 쓰고 되도록 최근에 했던 일과 하고 있는 일이 잘 보이게 썼다


경력 기술서 순서

면접 준비도 안 했고 이직할 맘도 없이 시작한 거라서 코딩 테스트에서 떨어지면 되겠구나 싶었다

(추천이고 해서 서류는 붙을 거라고 생각했다. 파워 당당)



그런데 웬걸 코테가 아니라 1차 면접 날짜가 날아왔다

서류와 코딩 테스트에서 떨어져 본적은 많아도 면접에서 떨어져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면접 날이 다가올수록 초초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나한테 '안드로이드 라이프 사이클에 대해서 설명해 보세요'라는 질문은 안 하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질문의 대답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한심하면서도 별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면접은 면접이지. 질문하는 사람 마음 아니겠어?


평소에 내가 알고 있고, 생각하고 있던 대로 대답하면 되겠지. 그렇게 면접이 시작되었다.



자기소개 쇼타임.

안녕하십니까. 저는 OOO입니다.

학교 다닐 때 남들보다 어려운 기술을 갖고 싶어서 xxx이라는 직장에 입사하였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회사의 주력 기술이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제가 했던 서비스는 xxx, xxx, xxx 등이 있고 현재는 xxx와 xxx를 담당하고 있으며 조직 내에서 안드로이드 구성원을 리딩하고 있습니다.

헥헥... 자기 자랑 좀 했다. (사실 이력이 나쁘지 않다)

나 같아도 내 이력서가 들어오면 뽑을 것이다.

주요 프로젝트

이제부터 기대하던 질문이 쏟아진다.

긴장감보다는 어떤 질문을 할까 하는 기대감과 설렘이 가득했다. 만 14년 차 개발자에게 어떤 질문을 할까?



기본적인 질문

Q. 안드로이드를 몇 년 한 것이라고 보면 좋을까요?

Q. 현재 팀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Q. 협업하는 조직이 어떻게 되나요?

Q. 배포 주기는?

여기까지는 그냥 현재 내 상황을 판단하기 위한 질문인 것 같았다.


지원동기

Q.  지원 동기가 무엇인가요?

A. 현재 서비스에 있어야 하는 조건이 3개가 있습니다.

- 서비스의 만족

- 기술의 만족

- 처우에 대한 만족

평소에 이 셋 중에 하나도 만족하지 못하면 즉시 떠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는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어서 계속 재직 중인데. 지금 서비스를 조금 오래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서 XXX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경력 이직이라면 지원 동기는 무조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너무 뻔한 대답 말고 자기 생각을 평소에 갖고 있으면 좋지 않을까?)

너무 뻔한 대답 재미없다.

- 지금 회사가 너무 안 좋아요

- 지원하는 회사가 너무 좋아 보였어요.


Q. XXX에 지원한 이유

(이 대답에는 약간의 거짓이 있다. 왜냐면 진짜 지원 동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켜서 지원 ㅠ.ㅜ )

A. 지금 하고 있는 서비스에 없는 것을 하고 싶었다.

    모바일 퍼스트 앱

    포스트 코로나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생각했다.



자기소개서의 있는 질문

Q. 루틴을 좋아하시는데 그렇게 안 되는 경우는 어떤가요?

(자기소개에 루틴을 즐기고 주기적으로 하는 일들이 정해져 있다고 썼다, 질문은 루틴이 깨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하냐는 것인 것 같았다.)

A. 개인의 루틴을 즐긴다. 타인에게 나의 루틴까지 강요하지는 않는다.

    내가 루틴을 만드는 이유는 변경이 필요할 때 더 많은 여유를 확보하고 싶어서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Q. 사람과의 관계를 좋아하고 중요하다고 하시는데 어떻게 그 관계 형성을 실천하시나요?

A. 같이 일하던 동료가 다른 직장이나 다른 팀에 가면 주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약속을 미리 잡는다.

    예를 들면 매달 n 번째 n 요일에 점심을 같이 먹는 옛 동료가 정해져 있다.


자기소개서에 무엇인가를 썼다면 스스로가 아닌 다른 사람의 서류라고 보고 스스로 질문해보자.


살짝 날카로운 질문들

Q. 시니어로서 더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기술적인 역량은 당연히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니어라면 스스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하고, 동료의 일과 성장을 돕고, 라이트닝 토크 같은 걸 통해서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경험을 갖고, 사용성 개선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Q. 업무 일정의 압박이 있나요?

A. 아니 없습니다.

    지금 직장에서는 개발자가 정합니다.


Q. 리펙토링도 QA 하나요?

A. 기획의 리소스가 있으면 한다.

    리소스가 없으면 개발자가 확인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배포하고 리펙토링 범위를 조절한다.   


Q. 의견 충돌이 있을 때 어떻게 하셨나요?

A. 특별히 의견 충돌은 없었다.

    만약 강한 의견 충돌이 있다면 일단 제 의견을 내려놓고 그 사람과 친해지려고 더 노력할 것 같다.


Q. 신규 기술을 적용하는 방법은?

A. 프로토 타입 + 라이트닝 토크

    라이트닝 토크로 합의가 되면 하는 것이고 못하면 버려질 수도 있다.

    안 될 수도 있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Q. 회사에 오셔서 바라는 게 뭐냐?

A. 사실 저를 왜 채용하려는지 저도 궁금하다.

    제가 입사하면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하다.


1차 면접의 질문이 조금은 더 기술에 가까운 질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술보다는 개발 또는 조직의 대한 내 생각과 그걸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들이 많아서 좋았다.

평소에 스터디하면서 기술 외에 잡담(?)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었었는데 그 시간이 내 생각을 정리해서 이렇게 면접 때 대답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2번째 면접관.

이번엔 현업의 기술자의 질문을 받아보자.


Q. MVVM 이 뭐가 좋아요?


Q. 기존 구조를 MVVM으로 변경하면서 fragment를 왜 더 많이 쓰시나?


Q. 회사에서 MVP로 되어있는데 MVVM 적용하려면 어떻게 할까요?


Q. 새로운 기술 적용을 선호하는데 막힌 경험은 없나


아... 그렇지 이게 개발자 질문이지 싶었다.

그래도 질문이 암기를 요하는 질문이 없었다. (감사하다.)

스레드가 뭐예요 이런 질문 하면 정말 답답할뻔했다.



이번에는 공통 면접관 질문


Q. 기획 디자인 선 밟은 적 없냐?


Q. 업무를 hard 하게 하시나?


Q. 매니징과 개발의 비율은?


Q. Event Bus는 왜 지우셨나요?


Q. OO님이 바른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든다. 본인이 할 수 없는 일이 있나요?


대부분의 질문이 앞에서 나에게 질문했던 면접관과 나의 대답을 듣고서 하시는 질문 같았다.

굉장히 정중하고 조심스럽게 물어봐주셔서 기업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살짝 생겼다.



자 이제 내 차례다.

보통 면접이 끝날 때쯤 되면 나에게 공이 넘어온다.

질문에 대답을 하시느라 수고하셨다. 반대로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해 주세요.


나도 면접관으로 면접을 보면서 이 시간이  어떤 사람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 되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정말 쓸고 없이 낭비되는 시간이 되는 걸 봤었다.


그래서 면접을 준비할 때 대답도 대답이지만, 역으로 질문하는 시간을 대비해서 질문을 준비해 갔었다.

Q.  시니어에게 요구하는 것들은 어떤 게 있나요?


Q. 나를 채용함에 있어서 어떤 기대를 갖고 계신가요?


면접을 복기해보면 이런 질문들이 오갔다.

약 8년 전에 봤던 면접 기억을 더듬어 보면 굉장히 많이 긴장하고, 또 내가 무엇인가 모를까 봐 걱정도 많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면접은 굉장히 편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긴장은 엄청했다.)

면접이 끝날 때쯤 난 합격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떨어진다면 그냥 연차 많은 사람 뽑기 싫어서 떨어진 거다라고 마음먹기로 했다.


매년 한 번씩 면접을 봐볼까?

이렇게 8년 만에 본 1차 면접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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