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짝꿍 찾기
몇 해전 우리는 제주라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곳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브런치가 시작된 건 2014년도 10월쯤으로 기억돼요. 카카오와 다음이 합병을 하였고 새로운 프로젝트들이 많이 시도되었죠. 브런치도 그 많고 많던 새로운 프로젝트들 중에 하나였습니다.
조금은 많은 인력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블로그'라는 고정관념 속에서 '새로운 블로그'를 만들어 내는 일을 하였죠. 새로운 걸 만들고 싶다고 했지만 이미 우리 안에는 새롭지 않은 것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우리도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칭 '브런치'가 시작되었고 결국은 '브런치'가 되었습니다.
초기에 안드로이드 앱은 3명이서 개발을 하였습니다. 모두 10년 차 이상의 개발자였고 조금씩 다른 경력과 경험을 갖고 있었죠. 또 각자 개성과 성향도 뚜렷했죠. 하지만 어느 개발 조직, 프로젝트 조직에 가던 비슷한 성향의 개발자들은 없었던 거 같아요. 다들 너무 강하고 센 이미지들을 갖고 있죠.
브런치 서비스에 대한 철학도 매우 달랐죠.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 필요한 사람들만 사용했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였으면 좋겠다.', '정의사회 구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서비스였으면 좋겠다.' 등등... 모두 다 생각은 다르지만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2명의 개발자는 더 낭만적이고 더 다이내믹한 환경으로 옮겨갔습니다. 오늘이 제가 혼자서 안드로이드를 개발하기 시작한 지 딱 6개월 되는 날이군요.
6개월 전쯤 어떤 사람과 함께 일하면 좋을까?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제까지 나보다 연차가 많은 사람과 일했으니 나보다 연차가 낮은 사람과 해볼까?'
'나 보다 안드로이드를 잘 알고 있는 사람과 일할까?'
'나 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고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사람은 어떨까?'
등등...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거 같네요.
그런데 위에 했던 고민은 그냥 개발자를 뽑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었던 거 같아요. 생각의 생각을 더하니 브런치 개발자는 조금 달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런치라는 서비스가 조금은 (아니 조금 많이) 마이너 한 성향을 갖고 있고. 글과 그림을 진득하게 보지 못하는 성격이라면 좋아하기 힘든 서비스가 아닐까? 글을 쓰지도 않고 읽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면 이 지루하고 느릿느릿한 일을 하는 게 얼마나 답답하고 하기 싫은 일일까? 좋아하는 일을 일로 하게 되면 재미가 없어지는데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채용공고에 당당하게 다음과 같은 내용을 넣었습니다.
전공 서적 외에 1년에 책을 3권 이상 읽으시는 분
글 쓰기 읽기 습관이 있으신 분
그런데 사실 3권이 아니었어요. 더 많은 숫자였죠. 하지만 제가 적어놓은 숫자를 보고 지나가던 A 가 저에게 얘기하더군요 '노아. 작년에 책 몇 권 봤어요?'
찾아보니 부끄럽게도 3권이었습니다. 저도 못 지키는 일을 남에게 요구하면 안 되겠죠? 그래서 3권으로 바꿨습니다. '그나마 3권 중 2권은 브런치 출간 도서였네요'
이렇게 정리가 되어 다음과 같은 채용공고가 완성이 되었습니다.
자, 이제 어떤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을까요?
어떤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으신가요?
지원자격
1. 안드로이드 개발 2 년 이상
2. 전공 서적 외에 1년에 책을 3권 이상 읽으시는 분
3. 안드로이드 최신 트렌드 적용에 노력하시는 하시는 분
4. 코드 리뷰에 적극적이신 분
5. 서비스 개선 및 사용자 요구 사항에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신 분
6. 글 쓰기 읽기 습관이 있으신 분
7. 토론 문화에 적극적 인신 분
우대사항
1. 오픈소스 참여 경험이나 커뮤니티 활동 경험이 있으신 분
2. 코틀린 개발 경험이 있으신 분
3. 블로그 운영 중이신 분
4. 에디터 개발 경험, 이미지 캐싱 경험 있으신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