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아들에게 배운다
길치 아니랄까 봐 도쿄에서도 종종 길을 헤맸다.
보통은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 담담하게 받아들이지만,
목적지 주변을 한 시간째 맴돌게 되면 나에게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이럴 때는 방언 터진 것처럼 혼잣말을 해대며 화를 삭인다.
나와 달리 아들은 늘 침착하다.
"아들, 넌 짜증 안 나? 엄마는 완전 신경질 나는데!!"
아들이 무표정하게 한마디 한다.
"나는 짜증 안 나는데. 여행이 꼭 목적지를 찾아야 되는 거야?
찾아가는 동안도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걸어가면서 거리 구경해, 엄마."
아들 말에 잠시 가출했던 이성이 되돌아왔다.
"너, 언제부터 그런 생각했어?"
"오래전부터"
"근데 한 번도 말한 적은 없었는데?
"엄마가 안 물어봤으니까."
길 찾는 과정도 여행이라는 것, 잘 안다.
잊고 있었다.
아들에게 목적지를 찾아야하는 내 상황도 설명하면서
"아이코, 그 사실을 잊고 있었네.
엄마가 직업병이 도졌네, 또 도졌네.
네 말대로 여유롭게 다니자."
말했다.
아들은 게으른 여행자를 꿈꾸는데,
어릴 때부터 내 취재 따라다니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짠하다.
보상으로 해외여행만큼은 아들 취향에 맞춰 주려 노력하지만,
가끔 내 욕심을 부릴 때가 있다. 워워.
아이를 통해 오늘도 배우고, 수련하고,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