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도 괜찮아? 아직인 것 같아
홍대 앞 라멘집, 산쪼메에 들렀다. 다락방에 오르듯 가파른 나무 계단을 올라 창가 테이블에 앉았다. 맛집으로 소문난 집이라 테이블이 하나 남아 있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토요일 밤, 홍대 거리는 붉은 불빛으로 술렁댔다. 가게 안에 발라드가 흘렀다. 노랫소리와 사람들의 대화가 뒤섞여 귓가에서 웅웅거렸다. 가게 안이 너무 조용하면 혼자 앉아 있는 게 머쓱했을 텐데 다행이었다. 혼밥 경력 10년이 넘었긴만, 이렇듯 유명한 식당에 혼자 앉아 있는 건 여전히 편치 않다.
10년 전, 서울 시청역 근처 우동집에서 생전 처음 혼자 밥을 먹었다. 당시만 해도 식당에서 혼밥 하는 사람을 보기 힘들었다. 특히 여자 혼자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진동해도 식당 문고리만 잡았다 놨다 했던 날이 숱하다. 밥 함께 먹을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로 보이기 싫어 길에서 빵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식당에서 첫 혼밥 하던 날, 용기를 내어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직원이 혼자냐고 묻기 전에 일 인분도 주문 가능하냐고 먼저 물었다. 자리 안내를 받고서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난감했다. 식사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다른 손님과 눈이 마주칠세라 고개를 숙이고 책이나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밥 먹을 때도 바쁜 양 고개를 들지 않았다. 지금은 여유롭게 핸드폰을 보거나(행동은 같으나 예전과 맘 자세가 다름) 그림을 그리면서 음식을 기다린다.
그런데 손님이 많은 식당에선 맘이 급해진다. 여럿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혼자 차지한 것이 미안해 젓가락질을 서두르게 된다. 산쬬메에서 그랬다. 계단 아래 줄 서 있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라멘을 입에 밀어 넣었다. 옥수수콘 알갱이 한 알까지 다 건져 먹고 싶었는데 옥수수콘이 젓가락에서 자꾸 미끄러졌다. 결국 그릇 바닥에 몇 알을 남기고 말았다. 에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