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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 Aug 11. 2023

직장내 괴롭힘에  대응하는  3가지 방법

Entj 사회생활

첫 직장생활부터 괴롭힘의 연속이었던 나날. 물론, 슬프고 짜증 나고 우울하고 온갖 감정들이 몰려왔지만 난 누구인가. 바로 굴하지 않는 ENTJ의 화신이 아니던가!


다양한 괴롭힘에도 나는 버텼고, 살아남았다. 10년 전이긴 하지만 그때 내가 써봤던 다양한 전략들을 여기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여전히 사회 초년생이 써먹을만한 전략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1. 주변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어라.

난 당시 첫 직장생활이었고, 처음 들어간 회사였으니 직장 내에서는 정말 고립된 상태였다. 내가 속한 전략기획팀은 총 4명이었는데, 부장 1명, 과장 1명, 주임 2명, 사원 1명 이렇게 구성되어 있었고, 새롭게 신설된 부서인 만큼 과장 1명을 제외하고는 그 회사는 다들 처음이었다.


부장은 서울대 출신인 만큼,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중소기업 회장님 중에는 서울대라고 하면 꿈벅 죽는 회장님이 있었고, 내가 속한 회사의 회장님도 그랬다. 그렇게 윗 분들의 신임을 톡톡히 받는 부장, 회사 만렙으로 직장 분위기를 한눈에 간파한 부장은 누구보다 먼저 내가 혼자라는 것을, 주위에 도와줄 직원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간파했을 것이다.


그래도 내게는 당시 남자친구이자 현재 남편인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그는 회사 일적으로 아주 뛰어나진 않지만, 철저한 가정교육 탓인지, 군대의 영향인지 모르겠으나 예의범절이 기가 막혔고, 윗분들의 총애를 항상 받는 인물이었다. 눈치나 매너나 일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나보다 월등히 뛰어난 인물이다.

그가 나에게 한 첫 번째 조언은 주변 사람을 포섭하는 일이었다. 지금은 '나'라는 사람이 착한 사람인지, 좋은 사람인지, 일을 잘하는 사람인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으니 부장이 하는 말에만 의존해 '나'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쉬는 시간에는 팀 내 팀원들과 자주 소통하고, 점심시간에는 도시락을 싸서 도시락을 먹는 직원들과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여직원이 유난히 많고, 중소기업이라 월급이 짜서 그런지 도시락을 싸 오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 안에 속하기 위해 나 나름의 전략을 펼친 것이다.


처음부터 상사의 욕을 할 수는 없으니, 우선 직장 선배인 그들에게 내가 처한 상황을 얘기하고 고민 상담을 하기 시작했다. 


"부장님이 브로셔 제작 업무를 맡겼는데, 브로셔의 방향이나 어떤 브로셔를 만들어야 될지 말씀을 안 주시고, 무조건 제작해 오라고만 하시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ㅠ"

-> 일단은 그래도 시안과 함께 그렇게 생각한 근거, 네가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함께 들고 가 봐


"저 나름대로 브로셔 시안을 들고 갔는데 왜 A만 들고 왔냐 화 내시더라고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해요?ㅠㅠ"

-> A안~D안까지 다양한 방향으로 가져가서 부장님께 어떤 방향이 좋을지 한 번 물어봐. 그러면 좀 방향성이 잡히지 않을까?


나는 직장 선배들의 조언을 토대로 열심히 방향을 고민하고, 시안을 짜고, 어떻게 시안을 짰는지도 공유하면서 의견을 듣고 수정하는 일을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내가 정말 일 못하는 애 아닌가 생각했던 분들도, 아니면 부장님이 싫어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며 색안경을 끼고 보던 이들도 점차 내 편이 되어갔다.


그중에는 부장님 오시기 훨씬 전부터 회사의 신임을 받아 전략기획팀에 오게 된 과장님 한 분도 계셨다. 나중에 들었지만, 회사 대표님이 과장님께 내가 업무 이해력이 낮은 것은 아닌지 문의했고, 과장님이 회사 생활이 처음이라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업무 이해력도 빠르고 뛰어난 친구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여전히 부장님의 괴롭힘은 지속됐지만, 난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2. 큰 목소리로 당당히 얘기하라.

당시 남자친구이자 현 남편이 한 두 번째 조언은 '일명, 큰소리 법칙'이다.


 1+1, 2+2처럼 답이 확실히 있지 않은 회사 내 많은 일들은 의외로 논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져 승자가 결정되지 않는다. 목소리가 크고 당당한 사람이 이길 확률이 높다. 아니, 최소한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겼다고 주위에서 판단할 확률이 높다.


처음에 들어가자마자 지속해서 상사의 욕을 먹으니 당연히 나는 쭈글이가 되어갔다. 자신감도 잃었다. 상사가 뭐라고 하면,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고작 "죄송합니다", "다시 해보겠습니다", "네", "모릅니다" 등 주로 4가지 문장이 다였다. 그러나 첫 번째 방법으로 조금씩 내 편이 많아지니 나도 점차 대응할 힘이 생겼고, 조금씩 내 입장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부장님께서 A안 B안 C안을 가져오라 하셔서, 제 나름대로 방향성을 설정해 A안부터 Z안까지 가져왔는데,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하시는 걸까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수정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여기서 핵심은 다른 부서까지 들리게 크고 분명하게 말하는 데 있다. 상사가 시킨 내용을 크게 복창하고 "부장님이 이렇게 시켜서 이렇게 진행했습니다만 뭐가 잘못되었다는 거죠?"를 가급적 공손한 표현으로 말하자, 상사는 크게 당황한 듯하는 말이 "OO주임, 목소리 좀 낮춰... 아니 내 말은..."


이렇게 큰 소리로 얘기하는 목적은 부장과 나 사이의 개인적 괴롭힘을 팀 전체, 조직 전체로 공론화하는 데 있다. 이렇게 하면, 상사는 내가 잘못하지 않은 일에 대해 트집을 잡으며 괴롭히는데 한계가 있게 되고, 본인이 화를 낼 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눈치도 함께 봐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나중에 현 남편이 하는 말이 이 방법을 본인이 말하긴 했지만, 실제로 사용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회 초년생이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라나 뭐라나. 내가 ENTJ라서 가능했던 방법인지는 모르겠으나, 크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은 이제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어딜 가나 나이가 많으나 적으나 힘 있고 분명하게 말하는 사람은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이 세상의 진리!


3. 단 둘이 얘기하지 마라. 제삼자를 껴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항하는 방법은 수십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소개할 세 번째 방법은 바로 단 둘이 얘기하지 않고 제삼자를 껴서 얘기하는 방법이다.


보통 사람들은 괴롭힘을 당하면 괴롭히는 사람한테 잘 보이려고 물심양면 노력을 하곤 하는데, 이 방법이 나한테는 잘 통하지 않았다. 싫어하는데 이유 없듯이, 한 번 싫으면 그냥 그 사람이 뭔 짓을 해도 싫은 게 사람 맘이 아닐까?


이미 부장은 내가 첫 일주일에 칼퇴를 했다는 이유로 나를 싫어한다.

그렇게 주관적인 맘이 개입된 이상, 단 둘이 얘기하기보다는 객관적인 3자를 껴서 얘기하게 되면 주관적인 감정을 조금이나마 배제하고 객관적인 업무 얘기를 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내 입장에서는 추후 부장이 말도 안 되는 사유로 트집을 잡을 때, 제삼자가 중립적인 위치에서 중재를 해줄 수도 있고, 내 편으로 서서 증인이 돼 줄 수도 있다.


나는 부장이 나를 노골적으로 싫어한 이후부터는 부장, 과장, 나 이렇게 3명이서 미팅을 하고, 관련해 부장에게 직접 보고를 하기보다는 과장을 통해 보고를 하는 우회적인 방향을 취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과장의 신임을 얻고, 또 내가 수행한 업무가 내가 했다는 이유만으로 폄훼되는 일이 없도록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이와 같은 3가지 방법을 포함해 상사의 괴롭힘에 대항하는 수십 가지의 적극적인 방법을 실행해 가면서 버틴 결과, 그렇게 6개월 뒤 상사는 윗 분들에게 밉보여 갑작스레 사직서를 쓰게 되었고, 나는... 살아남았다.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인생이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하던가?!


부장님이 나가신 이후, 꽃길만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내게 또 다른 시련이 닥쳤으니... 그 이후의 얘기는 다음 장에 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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