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생신이 다가왔다.
어떤 케이크가 좋을지 고민했는데, 키위를 넣은 생크림 케이크를 골랐다. 요즘 마트에 나오는 키위들이 맛있기도 하고, 키위는 케이크에 넣기에도 딱 좋은 과일이니까. 딸기와 다르게 껍질을 깎아야 하지만 손질은 쉬운 편이니까.
햇볕이 쨍쨍해서 무척 더운 주말.
주방에 서서 제누와즈를 굽기 시작했다.
키위 생크림 케이크
* 바닐라 제누와즈
바닐라빈 페이스트를 넣은 바닐라 제누와즈를 만들었다. 늘 그렇듯 박력분 대신 우리밀가루를, 우유 대신 아몬드브리즈 언스위트를 썼다.
* 꾸앵뜨로와 크림치즈를 넣은 크림
새콤한 향을 위해 꾸앵뜨로(오렌지 술)와 크림치즈를 넣었다. 더 상큼한 맛의 크림을 만들고 싶다면 요거트 파우더를 넣어도 좋다.
* 두 가지 키위, 그리고 타임
알록달록한 케이크를 만들고 싶어서 골드 키위와 그린 키위 둘 다 썼다. 타임은 깨끗이 씻어서 말린 뒤 장식용으로 케이크 윗면에 얹었다.
케이크 초에 불을 붙이고 여자 셋이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끝난 뒤, 엄마는 속으로 소원을 빌고 후 불어 불을 껐다. 언니와 엄마가 보는 앞에서 나는 케이크를 조심스레 잘랐다. 혼자 할 때는 잘만 했는데, 누군가가 보는 앞에서 케이크를 자르니 어쩐지 기우뚱하게 자르고 말았다.
기우뚱한 케이크를 엄마와 언니와 먹었다.
다들 맛있다고 해 줘서 고마웠다.
상큼한 그린 키위와 달콤한 골드 키위, 크림치즈를 넣어 부드러운 생크림이 잘 어울린다. 꾸앵뜨로를 넣길 잘했다. 은은하게 퍼지는 오렌지 향이 키위와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고급스러움을 더해 준다.
첫째 층에는 그린 키위를 넣고, 둘째 층에는 골드 키위를 넣었는데, 생각해 보니 마지막 층에 그린 키위를 넣으면 밸런스가 안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셋째 층의 가장자리에는 그린 키위를 빙 두르고, 안쪽에는 골드 키위를 넣었다. 그랬더니 알록달록 귀여운 케이크가 되었다.
윗면 가장자리는 8발별 깍지로 짧게 파이핑해서 꾸몄는데, 크림 파이핑하는 기술이 익숙하지 않아서 좀 고생했다. 앞으로는 종종 크림이 남으면 파이핑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이핑만 잘해도 케이크가 한층 더 멋있어지니까.
크림 안쪽을 두 가지 키위로 촘촘하게 두르고, 그 위엔 타임을 얹어 장식했다. 타임은 향도 좋고 예쁘기까지 하다. 케이크의 멋을 살려 준다.
내가 만든 케이크로 엄마의 생일날이 행복해졌다면 좋겠다. 글을 읽는 분들도 내 케이크로 인해 즐거워지면 좋겠다.
다음엔 또 어떤 케이크를 만들까?
_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