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4학년의 어느 날. 친구가 쉬폰 케이크를 줬다.
크림을 바른 케이크는 아니고, 그냥 귀엽게 자른 쉬폰 시트였다. 학교 근처에 쉬폰 케이크를 파는 가게가 있는데 거기서 산 거라고 했다.
친구가 준 쉬폰 케이크를 고이고이 잘 싸서 집으로 가져와 언니와 먹었다. 포근하고 달콤한 케이크는 마치 구름을 먹는 것처럼 보송보송했다. (구름을 먹어 본 적은 없지만…) 언니랑 냠냠 먹으면서 와, 정말 부드럽다, 하면서 감탄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쉬폰 케이크를 만들기로 했다. 그때 맛 보았던 것처럼 뽀송뽀송한 시트를 만들 수 있을까?
얼그레이 쉬폰 케이크
* 얼그레이 쉬폰 시트
얼그레이 잎차를 조금 갈아서 반죽에 넣었다. 아몬드브리즈 언스위트에도 얼그레이를 넣어 우린 뒤, 작은 체에 걸러서 반죽에 넣었다.
* 얼그레이 크림
계량한 생크림의 반 정도에는 얼그레이 잎차를 넣어 우렸다. 반나절 정도 우려 두면 좋다. 냉장고에 크림치즈가 남아서 조금 추가했다.
* 수레국화 장식
얼그레이 케이크에 잘 어울리는 수레국화로 윗면을 장식해 마무리했다. 하얀 크림과 푸른 수레국화가 잘 어울린다.
쉬폰 케이크가 맛있다는 걸 알면서도 잘 만들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단순한 이유다. 사실 난 노른자와 흰자 분리를 잘 못한다. 나도 모르는 새 노른자가 흰자에 들어가서 머랭이 안 올라왔던 일이 번번이 있었다.
다행히 이번엔 성공했다…
쉬폰 시트를 만들 때 중요한 것은, 머랭을 올리기 전까지 흰자를 큰 볼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달걀 반죽(노른자+흰자)은 38~40도까지 온도를 올려야 거품이 잘 나지만, 흰자는 차가워야 거품이 잘 난다. 마치 생크림처럼!
머랭을 만들 때는 핸드믹서의 낮은 단에서 휘핑을 시작한다. 흰자가 잘 풀리고 맥주 거품 같아지면, 설탕의 1/3을 넣고 중간 단에서 휘핑한다. 그 뒤 설탕을 두 번에 나눠 넣으며 계속 섞은 뒤, 낮은 단에서 1분 정도 거품을 정리한다. 이렇게 거품을 올리면 촘촘하고 고운 결의 머랭을 만들 수 있다.
완성한 시트는 정말 폭신폭신했다. 구름처럼 뽀송뽀송해서 손으로 꽉 눌러도 다시 꾸물꾸물 올라오는 게 귀여웠다.
게다가 얼그레이 향이 정말 향긋하다. 향긋하고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향을 맡으면 금세 즐거워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쉬폰 케이크를 굽는 거구나.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하는 걸 잘 못해도 종종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크림에 얼그레이 잎차를 넣어 우렸더니 잎차가 생크림을 빨아들여서 나중에 생크림이 부족해졌다. 그래서 부족한 양만큼 생크림을 추가해서 크림을 만들었다.
이렇게 마음대로 크림을 바꿔도 되는 걸까 싶었지만, 얼그레이 맛이 은은하게 나는, 가볍고도 부드러운 맛의 크림이 완성되었다.
수레국화 장식이 귀여운, 폭신한 쉬폰 케이크.
그날 친구가 줬던 케이크처럼 향긋하고 맛있다.
가벼운 케이크가 먹고 싶을 때 쉬폰 케이크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언니는 이 케이크가 제일 맛있다고 했다.앞으로 많이 구워야겠다.
다음엔 무슨 케이크를 만들까?
_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