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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기도토리 Aug 25. 2023

ep 5. 녹차 케이크


녹차가 맛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중학교 수학 여행 때였다. 녹차 밭에서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뒤에도 내내 생각나고, 그날의 맛있는 녹차를 한 번 더 맛보고 싶었다.

아마 그때부터 난 녹차를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얼마 전,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녹차 케이크 생각이 났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맛의 녹차 케이크.

화이트 초콜릿을 크림에 넣으면 그날 먹었던 아이스크림 맛과 비슷하지 않을까?



녹차 케이크

* 녹차 제누와즈

우리밀가루를 조금 줄이고 녹차 가루를 넣어 시트를 만들었다.


* 인서트 크림

식물성 생크림에 크림치즈를 조금 섞어 인서트 크림을 만들었다. 식물성 생크림에 크림치즈를 섞으면 동물성 생크림처럼 고소한 맛을 낼 수 있다.

취향에 따라 마스카포네 치즈를 넣어도 좋다.


* 아이싱 크림

화이트 초콜릿에 따뜻한 생크림을 넣어 가나슈를 만든 뒤 차가운 생크림을 조금씩 넣어 섞는다. (차가운 생크림 양이 훨씬 많으므로 크림이 분리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녹차 가루는 차가운 액체와 잘 섞이지 않으므로, 따로 따뜻한 생크림에 섞어 페이스트로 만들어 넣는다.


* 녹차 글라사주와 36K 깍지 장식

윗면 가장자리에만 글라사주를 흘려 장식했다. 젤라틴 향을 좋아하지 않아서 젤라틴 없이 마무리했다.

36K 깍지로 윗면을 장식했는데 위로 뾰족하게 올라오는 모양이 귀엽다.



녹차 시트는 좀 묵직했다. 늘 하루 만에 시트와 크림을 모두 만들어 케이크를 완성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전날 제누와즈를 구웠기 때문이다.

시트가 무거워서 제누와즈를 3장으로 썰 때 힘이 많이 들었다.


고소한 생크림과 달콤 쌉쌀한 녹차 크림이 잘 어울린다. 깊으면서도 깔끔한 화이트 초콜릿이 녹차와 잘 어우러져서 맛있다.

케이크의 색도 조화롭다. 마치 녹차로 만든 섬 같다. 이번 케이크는 단면이 정말 마음에 든다.


이번에는 글라사주 장식이 어려웠다. 화이트 초콜릿과 녹차가루, 뜨거운 생크림과 올리고당이 들어가는데, 올리고당을 여기 넣어도 될까 고민했다. 올리고당은 요리에 넣는 재료라고 생각했으니까.

맛이 이상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글라사주가 제일 맛있었다!


글라사주를 만들 때 중요한 건 온도다. 글라사주를 29도~30도로 식힌 뒤 케이크에 얹어야 한다. (케이크의 차가운 정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모양도 들쭉날쭉하고 울퉁불퉁한 글라사주지만, 인생에서 두 번째로 해 보는 것치고는 잘 되었다. 나는 베이킹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으니, 이 정도면 잘 되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늘 예쁘고 맛있는 케이크를 만드는 건 아니다. 마음대로 안 될 때도 있고 실수도 한다.

그럴 때마다 슬프기도 하고, 사람들은 잘만 하던데 나는 왜 이럴까 자책도 한다.


하지만 실패작도 맛있게 먹어 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서, 내가 먼저 나의 케이크들을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쁜 케이크도 못생긴 케이크도 모두.


다음엔 어떤 케이크를 만들어 볼까?


언니가 그려준 녹차 케이크


_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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