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잼이 똑 떨어졌다.
냉장고 한 켠에 넣어두던 잼이 없어지니 어쩐지 텅 빈 느낌이었다.
장바구니에 딸기잼을 담던 중, 라즈베리 잼이 눈에 들어왔다. 딸기잼이 뭉글하면서도 달콤한 매력이 있다면, 라즈베리잼은 톡톡 씹히는 라즈베리 씨와 새콤달콤한 맛이 좋은데…
문득 머릿속에 좋아하는 케이크 가게의 라즈베리 컵케이크가 떠올랐다. 그 컵케이크처럼 촉촉하고 새콤달콤한 케이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엔 라즈베리 케이크를 만들기로 했다.
라즈베리 케이크
* 바닐라 제누와즈
새빨간 라즈베리 잼과 어울리는, 노랗고 촉촉한 시트를 만든다.
바닐라빈 페이스트로 바닐라 맛을 더한다.
* 크림치즈 크림
라즈베리의 새콤한 맛과 잘 어울리도록, 크림치즈를 가득 넣어 인서트 크림을 만든다.
* 라즈베리 잼
새하얀 인서트 크림 위에 라즈베리 잼을 샌드하고, 아이싱 크림에 잼을 넣어 연한 라즈베리 크림을 만든다.
* 상투 깍지와 애플민트 장식
상투 깍지로 가장자리에 하얀색 크림을 풍성하게 짠 뒤, 가운데 부분에는 남은 라즈베리 잼을 올린다.
크림 위에 애플민트를 올려 장식하면 완성.
케이크 가게의 맛을 내려고 했지만, 시트도, 크림도, 장식도 모든 걸 내 마음대로 만들어 버린 라즈베리 케이크.
여러 색깔이 들어가서 이 케이크는 단면이 정말 예쁘다. 노란 제누와즈, 하얀 인서트 크림, 새빨간 라즈베리 잼, 분홍색 라즈베리 크림까지.
참, 애플 민트를 빠뜨릴 뻔했다. 케이크 윗면에 얹은 초록색 애플 민트는 케이크를 더 생기 있게 해 준다.
단면을 자르기 전에 케이크 디자인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 조각 자르고 나니 그 마음이 사라졌다. 이 케이크는 단면이 정말 사랑스럽다!
라즈베리 크림 색깔이 옅어서 빨간색 식용 색소를 한 방울 넣어 은은한 분홍색 크림을 만들었다. 사진에서는 살짝 연보라 색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분홍색에 가깝다. 좀 더 파스텔 톤인 분홍색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 됐다. 크림 조색 하는 거 은근 어렵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결론적으로 좋아하는 케이크 가게의 컵케이크와는 다른 맛이 되었지만, 촉촉하고 부드럽고 상큼한 내 케이크는 또 하나의 맛좋은 케이크가 되었다.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건 그것 나름대로 의미 있고 즐거운 일인 것 같다. 늘 생각한 대로 흘러가는 건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으니까.
이게 바로 케이크 만들기의 묘미가 아닐까.
다음엔 또 어떤 케이크를 만들까?
_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