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열어 보니 야채 칸에 당근이 가득가득했다. 비빔밥을 먹을 때도 조금 넣고, 김밥 만들 때도 채 썰어 넣고, 짜장이나 카레를 만들 때도 늘 당근을 썼지만 써도 써도 줄지 않는 당근.
당근이 많다면 당근 케이크를 만드는 게 어떨까?
안 그래도 요새 부드러운 케이크만 많이 먹어서 진하고 꾸덕한 케이크가 먹고 싶던 참이었는데, 당근 케이크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았다.
적당히 촉촉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당근 케이크,
잘 만들 수 있을까?
당근 케이크
* 호두와 당근을 넣은 시트
신선한 당근을 잘게 채썰어 반죽에 넣는다. 고소한 호두도 추가한다.
풍미와 반죽 색깔을 내기 위해 시나몬 파우더도 소량 넣었고, 촉촉하고 꾸덕한 식감을 위해 버터 대신 오일을 넣었다.
* 새콤달콤한 크림치즈 크림
크림치즈, 슈가파우더, 생크림을 휘핑해 크림치즈 크림을 만든다. 마지막에 레몬즙을 넣어 새콤한 맛을 더 살렸다.
* 다진 호두와 로즈마리 장식
케이크 윗면에 스패츌러로 둥그렇게 모양을 내고, 가장자리에는 다진 호두를 둘러 장식한다. 케이크 밑면에 로즈마리를 둥글게 붙이면 완성.
(로즈마리는 향이 강하니 예민한 사람이라면 장식하지 않는 걸 추천한다)
당근과 오일을 넣어 촉촉한 시트. 호두의 고소한 맛과 향긋한 시나몬 향이 잘 어우러지는 당근 케이크.
제누와즈나 쉬폰 시트처럼 보송보송한 시트만 먹다가 묵직한 시트를 맛보니 입이 즐겁다.
시트 색을 좀 더 진하게 내려면 시나몬 가루를 더 추가하거나, 황설탕 대신 흑설탕을 넣으면 될 것 같다.
당근 시트와 새콤한 크림치즈 크림이 무척 잘 어울린다.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크림이라서 먹을 때도 부담이 없다.
로즈마리 장식은 예쁘긴 하지만 추천하지는 않는다. 로즈마리 향이 강해서 케이크의 풍미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엔 로즈마리 없이 새로운 장식을 생각해 봐도 좋겠다.
여름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눈을 떠 보니 벌써 가을이다. 하늘도 높고, 서늘한 바람에 달큰한 향이 나는 가을.
가을에 잘 어울리는 당근 케이크를 한 조각 먹으면서, 행복한 오후를 만끽해야지.
다음엔 무슨 케이크를 만들까?
_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