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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기도토리 Mar 01. 2024

ep 31. 래밍턴 케이크


겨울을 무사히 지나며,

겨울을 닮은 케이크를 만들기로 했다.


어떤 케이크가 좋을까. 여전히 나의 케이크 일지에는 만들어야 할 케이크들이 줄을 서 있는데(만들어도 만들어도 줄지 않는, 만들고 싶은 케이크 목록. 어쩌면 먼 훗날 할머니가 되어도 다음엔 어떤 케이크를 만들까 고민하고 있을지도), 마침 래밍턴 케이크가 눈에 들어왔다.


몇 년 전 알게 된 래밍턴 케이크. 맛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만들기 어려워 보이던데. 괜찮을까?

걱정을 하면서도 나는 제누와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래밍턴 케이크

* 바닐라 제누와즈

정사각 틀에 제누와즈를 굽는다. 파운드 반죽을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보송보송한 식감이 좋아서 제누와즈를 골랐다. 만든 제누와즈는 완전히 식힌 뒤, 세 장 잘라 준비한다.


* 딸기잼과 가나슈

제누와즈에 딸기잼을 샌드하고 가장자리(옆면)를 잘라낸다. 딸기잼을 샌드한 뒤 9등분으로 자르고, 냉동실에 30분 정도 넣어 굳힌다.

다크커버춰에 생크림과 두유를 넣어 녹인 뒤 살짝 식히고, 만든 가나슈를 케이크 사방에 바른다. 얇게 발라야 코코넛 가루를 코팅할 때 편하다.


* 코코넛 가루와 통조림 체리 장식

가나슈를 바른 케이크를 코코넛 가루에 굴려 사방을 코팅한다. 샹티 크림을 올려 장식한 뒤, 통조림 체리를 얹으면 케이크 완성.




촉촉한 바닐라 시트 사이에 바른 상큼한 딸기잼, 진하고 부드러운 다크 초콜릿 코팅, 향긋한 코코넛과 샹티 크림. 그 모든 것이 무척 잘 어울리는 케이크.

부드러운 시트와 바스락거리는 코코넛의 식감 차이가 케이크를 먹는 내내 즐거움을 안겨 준다.


코코넛과 초콜릿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니. 케이크를 한 입 먹으면 눈이 동그래진다. 향긋한 코코넛과 진한 다크 초콜릿의 향이 겹쳐지면서 풍부한 맛을 선사해 준다.


이 케이크를 이제야 만들어 먹은 걸 조금 후회했다. 이렇게 맛있는 줄 알았으면 더 일찍 만들어 볼걸! 래밍턴 케이크는 정말, 죽기 전에 꼭 먹어 봐야 할 케이크인 것 같다. 래밍턴 케이크가 호주의 국민 케이크인 이유를 알겠다… 정말 맛있어서 그런 건가 보다…


게다가 걱정한 게 무색할 정도로 만들기 어렵지 않았다. 장식용 샹티 크림을 제외하면 따로 크림을 만들어 아이싱할 필요도 없다.

어려웠던 게 한 가지 있다면, 9등분으로 자른 케이크에 가나슈를 코팅하는 거였다. 가나슈는 살짝 된 편이라 얇게 바르기 어려우니, 다음번엔 초콜릿에 두유를 넣어 섞은 초코 소스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딸기잼과 제누와즈는 환상의 궁합이다. 딸기잼 대신 라즈베리잼, 블루베리잼, 무화과잼 등 좋아하는 잼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나는 딸기잼이 가장 보편적인 맛이 나서 좋았다.


요즘 통조림 체리를 잘 활용하고 있다. 사 두고 안 써서 버리게 되면 어쩌나 했는데, 쓸 일이 많아서 다행이다. 과일을 손질할 필요 없이 톡 올려 주기만 하면 되어서 편하고 무척 귀엽다. 조그맣고 동글동글해서 귀엽고, 꼭지들이 자유롭게 방향을 잡는 모습도 예쁘다.




겨울이 지나고 어느덧 봄이 되었다.

봄은 매년 돌아오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래밍턴 케이크는 정말, 겨울을 닮았다. 포슬포슬한 코코넛이 마치 눈이 내린 풍경 같다. 케이크를 먹으며 도란도란 보내는 오늘 하루를 또 감사하며 보내야지.


다음엔 무슨 케이크를 만들까?


언니가 그려준 래밍턴 케이크


_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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