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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안 에세이작가 Dec 03. 2019

휴가 다녀온  나를 뒤흔든 팀장님의 말

아.  팀장님은 나의 마음을 묘하게 만들었다.

   

아. 팀장님은 나의 마음을 묘하게 만들었다!

   















    여름휴가를 다녀왔는데, 겨울이 되어있었다. 인천 공항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모두 롱 패딩을 입고 있었다. 이상한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여름휴가를 늦게 다녀온 탓이었다. 더욱 정확하게 말하면, 보통 늦게 다녀온 것이 아니고 많이 늦었다. 11월 중순에 다녀왔으니, 내 휴가가 이상했던 것이다.      


   긴 여행의 끝에는 긴 피로감도 함께 찾아온다. 더군다나 내게는 일주일새 계절이 바뀌었으니 무슨 남극에 출근한 기분이랄까. 쌓여있는 일거리를 맞이한 월요일의 나. 보통의 월요일도 버거운데 이날의 피곤함은 무척이나 적응되지 않았다. 겨우 점심때가 되어서야 숙취해소를 시작한 주취자처럼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일 많나?”

   걱정되는 눈빛으로,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팀장님이 내게 물었다. 팀장님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내 기준에서 일을 엄청 열심히 하는 사람은 아닌데, 뚝딱뚝딱 굉장히 빨리 잘해서 한 번도 허덕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반면 나는 팀장님과 일하는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일의 앞뒤를 많이 따지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린다. 팀장님은 아마도 내 스타일을 알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을 것이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서.    

 

   “일주일 쉬었으니까 일이 좀 밀리긴 했는데, 이리저리 하면 해결 가능합니다. 그리고 또 제가 없으니까 오히려 알아서 해결된 일들도 있던 것  같아요. 일주일 동안.”      


   실제로 내가 없는 동안 고스란히 쌓인 일들이 있었지만 나의 부재로 인해 저절로 해결되는 일들도 분명히 있었다. 내가 없는 동안 팀장님이 고군분투해야 했을 일도 있었을 것이고 다른 팀에서 알아서 해결한 일도 있었을 것이고. 대답을 하면서 나는 조금 씁쓸해졌다. 회사는 누군가 빠져도 굴러간다. 어떻게든 계속해서 쉬지 않고. 나 혼자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팀장님이 고백하듯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나한테 소원이 있다면 딱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이대리가 나보다 하루 늦게 퇴사하는 거고, 하나는 와이프가 나보다 하루 늦게 죽는 거야. 이대리가 회사에 없으면 나는 불안해.”     


   나는 쉽게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감동을 받았는데, 그 이상이었다. 그리고 뭔가 느낌이 묘했다.





   자! 이 글의 결론은 두 가지다.      


1. 팀장님은 사람의 마음을 잘 움직이는, 사람을 잘 부리는 능력자임에 틀림없다. 나를 더욱 잘 부려먹기 위해서 내가 휴가를 떠났을 때부터 이 멘트를 준비했을 것이다. ^^

(팀장님이 혹시라도 이 글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실 런지. 정말 죄송합니다. 농담입니다. 하하하 )     


2. 나는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체하기 어려운 사람은 있구나. 그 사람이 나인 건가? (글 속의 이대리가 저입니다. ^^)      




정체를 알 수 없는 짧은 글에 즐거우셨기를 바라면서,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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