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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안 에세이작가 Dec 06. 2019

아무래도 내 눈빛에 문제가 있다

[필명 지은 이야기]   그래서 작가 필명이 이렇게 지어졌나 봅니다. 




“그 여자 좀 이상한 것 같아.” 


엊그제 헤일리(나와 함께 영어공부를 하는 친구, 그녀의 영어 이름)와 함께 밥을 먹다가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헤일리와 나는 영어 스터디에서 처음 만났다. 그런데 초창기 스터디 시절, 헤일리 친구들에게 나는 이상한 여자로 묘사되었다고 한다. 이유는 내가 헤일리를 너무 뚫어져라 쳐다봐서였다고. 심각하게 눈이 마주치는데도 내가 피하지 않아서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어쩌면 멍해 보이기도 하고 어쩌면 사람을 뚫어져라 보는 것 같은 이상한 내 눈빛. 헤일리는 매우 의아했다고 한다. 나에 대해서 친구들에게 이야기할 만큼. (헤일리와 그녀의 친구들은 저에 대해 악의를 가지거나 싫어한 적이 없습니다. 설명하자면, 글의 요지를 벗어나게 되어 길게 설명하지 못할 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일이 또 있었다. 무려 우리 엄마를 소환했던 사람.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내가 본인을 너무 뚫어지게 쳐다본다며, 엄마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애가 저를 하루 종일 계속 쳐다봐요. 부담스러울 정도로요” 나는 그냥 수업을 열심히 듣고, 칠판을 잘 쳐다보고 선생님께 집중했을 뿐인데... 나는 그냥 나보다 한참 어리고 발랄한 헤일리가 스터디 첫 시간부터 귀여워서 바라봤을 뿐인데 뭐가 문제였을까? 


또 생각해 보니 이런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다. 

“왜? 무슨 할 말 있어?”,  “왜 그렇게 나를 봐?”라는 말. 

그리고 눈빛이 촉촉하다는 말, 혹은 눈이 좀 그윽하다, 눈빛이 멍하다. 눈빛이 날카롭다 등. 눈에 대한 말들. 

내 눈에 뭐가 들었길래 이런 가지각색의 이야기를 듣고 살았을까. 






처음 필명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안(眼)’이라는 한자를 넣고 싶었다. 세상을 보는 좋은 시각을 가지겠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맑은 눈으로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넣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필명의 한자는 바뀌었다. 하지만 ‘안’이라는 음은 넣었다. 만족이다. (왜 바뀐거냐고 물으신다면, 돈 주고 지어서요.)


사실 헤일리의 말을 듣고 고민해서 필명을 지은 것은 아니었다. 필명을 고민하던 과정에서 들은 이야기였다. ^^ 내 눈에, 혹은 눈빛에 뭐가 들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이렇게 태어났고 자랐다. 하지만 사물이나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볼 수 있는 끈기와 ‘대상’이 나를 인지하게끔 만드는 것은 역으로 생각하면 능력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련다. 내 눈에는 문제가 있지만, 작가로서 풀어나가야 할 좋은 문제이다. 




* 오늘부터 저는 '개인으로서의 삶과, 글을 쓰는 자로서의 삶을 분리하고자 합니다. ^^ 

그래서 필명을 지었습니다. 이 공간 및  내년 에세이 출간 때는 '이청안'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겠습니다. 

이름이 괜찮은가요? 앞으로도 더욱 응원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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