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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안 에세이작가 Dec 14. 2019

'돈'에 대한 우리들의 시선

돈 욕심은 불행을 부를까?


[돈에 대한 시선 1]



돈이 있으면 편한 세상이다. 청소는 청소기가 해주고,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고, 이제는 빨래건조기도 필수로 두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AI의 발전을 기반으로 생활가전의 편의는 점차 더 가속화될 것이다. 한편 기쁘면서도, 더 많은 돈을 벌어두어야 이것들을 누리면서 편리한 세상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어쩌면 돈 없는 사람들은 AI의 지배를 받게 생겼으니.


우리 엄마는 어느 대학교 앞에서 식당을 하고 계신데, 요즘 그 흔하다는 식기세척기를 두지 않으신다. 영업용 식기세척기로 장사하는 가게도 많고, 소형이라도 모두들 둔다고 하던데. 그래서 이번에 내가 하나 사드리려고 아예 '구매 통보'를 해버렸는데, 기어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취소를 해버리셨다. 그 핑계는, 식기세척기는 깨끗하지가 않다. 학생들이 먹을 거라서 그릇이 깨끗해야 한다. 사람이 설거지하는 시간이 더 빠르다. 식기세척기는 물을 많이 쓴다고 하던데, 물 아깝다 등이었다. 나도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반론을 제기하였으나 본인이 싫다는데,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나는 왜 엄마가 식기세척기를 한사코 거부하는 게 '돈'문제 같은지 모르겠다. 딸이 헛돈 쓰는 게 아까워서 괜한 핑계 대는 게 아닌지. 자꾸만 진한 의심이 드는 거다. 나한테는 계속 벌어 계속 생기는 게 돈이고, 평생 벌고 또 벌 것이 돈이고 하등 중요치도 않은 것인데. 물론 내게도 식기세척기의 가격은 큰돈이었지만, 나는 엄마 손이 늙어가는 것이 싫은 '엄마 딸'이다. 지금은 엄마가 남의 자식 밥 먹이는 것이 일상이 되었지만, 나는 엄마 딸이다. 엄마는 우리 가게 밥 먹고 국가고시 쳐서 붙은 학생이 수십수백이고, 우리나라에서 공부하다가 본국으로 돌아가 우리 가게 그립다고 국제우편으로 편지 써 보내는 외국 교환학생들이 수십이라는 그런 자부심으로 장사하는데 기계 힘 빌리기 시작하면 안 된다고 한다. 그게 식기세척기랑 무슨 상관인지 잘 모르겠다.


 (엄마! 그러면 밥솥은? 전자레인지는? 가스레인지는? 냉장고는? 얘네들도 다 기계야! ㅎㅎㅎ)







[돈에 대한 시선 2]


지난 금요일에 상사께서 통화하는 것을 본의 아니게 엿들었다. 내용인즉슨, 현재의 삶에 약간의 불만을 가진 상대방을 나의 상사께서 달래는 듯한 뉘앙스의 통화였다.

상사께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 사람아, 사람의 욕심은 끝도 없어. 그런데 계속 욕심을 내다가는 다 잃는 수가 있어. 절대로 욕심부리지 말고 살아야 돼. 특히 돈 욕심을 부리면은 불행해져"라고 말씀하셨다.

그런 내용의 통화를 옆에서 듣고 있다 보니 갑자기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세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 돈. 부모 형제 구분 못하고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는 귀하신 몸 돈. 돈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임은 자명하고, 돈 있으면 죄짓고도 떵떵거리며 살고, 돈 있으면 가던 비행기도 세우는 돈이라는 놈.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돈을 바라보고 있나? 돈이랑 친한 사람도 있고, 돈은 더럽다며 피하는 사람도 있고, 돈이면 내 팔다리 하나쯤 내 장기 하나쯤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돈.

살아가는 데 어떤 지불 수단으로 쓰이는 그 돈이라는 놈을 내 가치로 삼는 어리석음은 소탐대실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작은 것을 구하다가는 큰 것을 잃는다. 상사께서 인생을 꿰뚫어 보고 하신 말씀과 일맥상통한다.

"라그랑주(Joseph Louis Lagrange)"라는 프랑스 수학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보고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내가 가진 것을 보고 행복하리라 생각한다."

돈이 내 인생을 대신해서 살 수 없다. 내 행복도 고통도 돈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시간의 성숙함도 젊음의 싱그러움도 돈으로 살 수 없다.








돈에 대한 시선 1은 오늘 쓴, 시선 2는 아주 오래전 써 놓은 글입니다.

돈 욕심이 너무 없어도 너무 많아도 문제인 것 같아요.

감기 조심하세요. ^^ 저는 이미 걸려버려서... 콜록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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