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잘생긴 남자가 좋아요.

바니와 오빠들(2019)/니은/카카오웹툰

by 남정은

스무살 바니는 말했다. "남자 외모를 너무 따지는 여자는 속물이잖아?" 그리고 취향에도 맞지 않은 남자와 연애를 시작했다. 모두가 인정하는 얼빠인 그녀가 그러한 실수를 한 이유는 딱 하나. '개념녀'처럼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바니는 남자친구에게 뭐든지 맞춰주는 헌신적인 여자친구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남자친구가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자신을 '쉬운 여자'라고 부르며 '진도' 얘길 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 순간 바니는 그동안 위선을 떨었던 것을 후회하고 앞으로는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기로 결심한다. "안 그래도 태어나길 미적으로 예민하게 태어나서 대학도 조소과로 진학했는데 당연히 잘생긴 얼굴 좋아하지! 나 바니는 잘생긴 남자를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바니가 잘생기면 무조건 들이대는 여자라는 말은 아니다. 그녀는 상대가 나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보일 때에만 행동했다. 또한 상대에게서 사심이 느껴지는데 본인은 그러지 않을 때 분명히 선을 그었다. 잘생긴 건 잘생긴 거고 사귀는 건 사귀는 거니까. 바니는 이처럼 관계 정리를 잘했다. 잘생겨서 좋다는 말 속에서 좋다는 '감상용'일 뿐이지 이성으로 '좋아한다'와 꼭 일치하는 뜻은 아니었다.


산디과 회장 열이 바니에게 친절을 베풀 때마다 그녀는 속으로 되뇌인다. '잘생긴 남자는 날 안 좋아해.' 그녀는 끊임없이 자기객관화를 하며 열을 좋아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같은과 선배 원이나 사체과 현, 공대생 경을 보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일인지 그녀 주위에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들이 모여드는데 바니는 그들이 일상적인 호의를 베풀 때마다 마음을 다잡으며 심장을 진정시키기 바빴다. 그렇다. 주변 남자들이 잘생기면 그것대로 또 괴롭다. 원치 않게 자꾸 망상에 빠지기 때문이다.


바니가 얼마나 번뇌로 괴로워하는지 상관없이 주위 남자들은 바니에게 신호를 보내왔고 바니는 선택의 시간이 왔음을 깨닫는다. 언제까지 모두에게 여지를 남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행히 그녀는 입덕이 빠른 만큼 탈덕도 빨랐다. 아무리 완벽한 외모라도 자신과 맞지 않는 모습을 발견하면 금방 이성을 되찾았다. 그리고 상대가 먼저 '이건 비즈니스야' 혹은 '호감이 아니라 예의야'라는 식으로 의사표현을 해주면 오히려 고마워했다. 그만큼 본인도 쉽게 욕심을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원이가 바니 걱정을 하며 몇 시간을 기다리자 바니는 이렇게 선을 긋는다. "왜 사람 오해하기 딱 좋게! 오늘 진짜 내가 까고 얘기하는데! 나 얼빠니까 행동거지 조심하자."


무엇보다 바니의 가장 바람직한 태도는 널 좋아하는 건 내 맘이니까 내가 알아서 할 거야, 라는 식이 아니라 내가 상대를 좋아해도 될까 몇 번이고 고민하는 신중함이다. 사실 생각지도 않은 사람에게서 고백을 받는 것은 그렇게 좋기만한 경험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곤경에 처하기 딱 좋다. 대놓고 고백하지 않아도 은근슬쩍 마음을 표하며 하는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받는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시쳇말따나 '착각은 자유'가 아니다. 착각은 명백히 실수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사과가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상대의 마음을 멋대로 오해해놓고 왜 나를 오해하게 만들었냐는 식의 책임 떠넘기기는 그야말로 민폐이다. 그러니 인간적인 예의와 연애 상대로서의 호감 사이에서 몇 번이고 고민하는 바니의 조심성은 착하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모두가 본받아야 마땅할 덕목이다.


"얼빠면 잘생겼다고 아무나 좋아하는 게 허용되나? 난 안 된다고 생각해. 팬심이랑 연애감정은 철저하게 구분해서 폐 끼치지 말아야지." -24화 중


《바니와 오빠들》은 대놓고 역하렘을 표방하며 잘생긴 남자들이 떼로 나오는 작품이지만, 사실 바니가 짝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 생긴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잘생긴 게 다라면 바니가 그 중에서 열이와 사랑에 빠진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역설적이게도 후보군이 모두 잘생긴 남자였기에 외모가 다가 아니라는 진실이 증명됐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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