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날개를 찾아서

새벽날개(2018)/박흥용/카카오웹툰

by 남정은

스무 살 구준풍은 오토바이 배달 기사이다. 그는 음식도 배달하고 여권도 배달하고 때로는 신부도 배달한다. 그가 배달하는 것들이 얼마나 다양한지는 별로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정말 주목해야 할 점은 오토바이가 인생을 어떻게 예술로 바꿔주는가, 이다.


구준풍은 모든 라이더들에게 추앙받는 제비라는 라이더가 운전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라이프 스타일을 궁금해 한다. 구준풍에게 오토바이는 단순히 탈 것이나 운송수단이 아니라 삶 그 자체였다. 그는 오토바이를 통해 세상을 보고 사람을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어린 시절 오토바이 뒷좌석에 탔던 경험을 인공호흡을 받은 것이라 표현한다.


‘내 콧구멍을 뚫은 바람이 폐 속 깊숙이 쑤욱 들어오더니 숨죽이고, 숨죽이던 내 가슴에 차고 또 차서 풍선처럼 팽창하는데 순간, 빵! 하고 터지며 엄청나게 길고 큰 숨을 토해내게 하는 거예요. 오토바이가 내게 인공호흡을 실행한 겁니다. 오토바이가 질식해 죽어가던 나를 흔들어 깨워 살려냈습니다. 그건 구원이었습니다.’


그는 제비가 누군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그가 출몰하는 곳에 기다리고 있다가 그를 따라 주행한다. 그는 제비의 주행을 모방하다가 문득 그가 얼마나 멋있는 라이더인지 깨닫는다. ‘세상을 썩 잘 살아낸 사람을 모방하며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라고 생각할 만큼.


제비는 주한미군과 한국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이희수였다. 구준풍은 그를 따라 달리면서 하늘을 나는 듯한 해방감을 느꼈다고 고백하며 그에게 여러 질문을 쏟아낸다. 그의 질문들은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라고 묻고 있었다.


참 오묘한 질문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이미 우리는 방법을 알든 모르든 살아가고 있다. 인생은 단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한다. 사실 구준풍의 질문에는 한 글자가 생략되어 있는 게 아닐까? 그가 진짜 알고 싶었던 건 ‘잘’ 사는 법이었을 것이다. 제비는 그의 질문에 자신의 인생을 들려준다. 평생 받아온 차별, 그로 인해 포기해야만 했던 꿈, 그리고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까지. 그는 ‘할 수 없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가리는 게 아니라 할 수 있지만 해도 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고민하다가 혼혈인이 아니라 사람이기에 갈등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구준풍에게 ‘세상은 모두에게 모호하다’는 진리를 알려준다.


그렇기에 제비는 더 여유를 갖고자 했다. 아찔한 줄 위에서 날뛰면서도 흥겨움을 잃지 않는 광대처럼, 어느 쪽에도 쉬이 발 디디지 못하는 인생을 자유로운 비행으로 생각했다. 구준풍이 제비의 주행에서 느낀 것은 이러한 삶의 태도였다. 제비의 삶이 구준풍에게 답이 된 것을 보면서 우리는 한 가지 기대를 품게 된다. 구준풍의 삶도 언젠가 다른 누군가에게 답이 되어주지 않을까? 어쩌면 잘 산다는 건 질문이 되었다가 때로는 답이 되기도 하는 인생을 가리키는 걸지도 모른다.


구준풍은 자신이 마주하는 인물들마다 자신의 삶을 대입해본다. 그래서 자신에게 ‘너는 어떤데?’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가 주행을 멈추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세상을 똑바로 보기 위해, 더 나아가 자신을 똑바로 마주하기 위해 달린다. 그가 달리는 시간은 고민의 시간이며, 그가 누빈 골목길은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


인생이 예술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일이 인생에 완벽히 녹아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의 행동 하나, 풍기는 분위기에서 그 사람의 신념이 묻어나야 한다. 그래서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사람에게서는 멋이 느껴지지 않는다.


작품 속에서 배달 기사들이 하는 말이 있다.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 원래는 해녀들이 쓰던 말이었지만, 언제 사고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배달 기사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그만큼 위험한 일이기에 구준풍이 더 인생의 의미를 파고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어머니의 말마따나 ‘삶은 슬픔과 눈물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고민한다. 그 안에서 조그마한 행복이라도 찾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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