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라는 톱밥

by 남정은

언젠가는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던

나무깎기를 드디어 할 기회가 생겼다.

문화의 집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인데

고민하다 늦게 신청했음에도 다행히 인원이 다 차기 전이었다.

처음 써 본 환끌은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었다.

끌을 어깨쪽에 대고 윗몸으로 밀어야 하는 것도 처음 알았다.

민틋한 나무토막을 둥글게 파내는 데에는 수많은 끌질이 필요했다.

그게 지루하거나 괴롭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팠다.

선생님께서는 밭 가는 것처럼 고르게 파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려주셨다.

그래서 똑같은 동작이지만 그 중 한 번도 허투루 할 수 없었다.

애를 쓴다고 쓰는데도 낯선 자세에 손에 익지 않은 도구를 다루려니 깊이가 들쑥날쑥 제 멋대로였다.

어려웠다. 매번 똑같은 힘을 싣는 게.

힘이 지나치면 움푹 파였고 부족하면 날이 나아가질 않았다.

그래도 하다 보니 조금씩 패이는 길이 비슷해져 갔다.

눈을 감고 손끝으로 만져보면서 끌질이 더 필요한 곳을 찾아갔다.

다행히 울퉁불퉁하던 속이 점점 고르게 변해갔다.

"톱밥이 일정한 것만 봐도 잘 파신 걸 알겠어요."

선생님께서 쓱 보시고는 칭찬을 해주셨다.

그제서야 코박고 파던 나무토막이 아니라 주변에 널린 톱밥에 눈길이 갔다.

비슷한 크기로 동그랗게 말린 톱밥들이 잔잔하게 흘러간 내 일상처럼 보였다.

별 일 없이 지나간 날들이 이 톱밥만 같다면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빨리 가려는 욕심 없이 하루하루 삶의 결에 익숙해지다 보면 충분히 깊어질 수 있겠구나 마음이 놓였다.

그날 완성한 그릇에 나는 아무것도 담지 않았다.

그저 그릇에 안긴 곡선을 눈에 담으며,

때로는 손으로 어루만지며,

오늘 사뭇 들뜨진 않았나, 퍽 매시근하진 않았나 되돌아보곤 한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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