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막 그친 길을 걷는데 여기저기 맺힌 빗방울 덕에 세상이 함초롬하다.
좀 전까지 쏴르르 시끄럽게 굴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구슬진 채 얌전히 반짝인다.
유리창에 송알송알 매달린 빗방울을 보고 있으니
이 자그만한 것이 어떻게 그 무서운 낙하를 견뎠나 싶다.
하지만 웬걸. 다시 쏟아지는 빗줄기는 가시처럼 사납다.
떨어지는 동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빗방울은 온힘을 다해 날을 세운다.
일상에서 툭툭 마주치는 감때사나운 사람들이 이러한 마음일까.
어쩌면 그들은 떨어지는 중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둥글둥글 어울리지 못하고 자꾸 뾰족해지는가 보다.
서로 남의 것을 빼앗으려는 세상에서는 자꾸 비구름이 엉길 수밖에 없다.
살면서 내 욕심이 누군가를 매섭게 내리치는 빗줄기로 떠밀지는 않았나
저어하며 되돌아봤더니 몇몇 얼굴이 떠오른다.
그러니 나 또한 이 질퍽이는 세상에 책임이 있다.
부끄럽지만 욕심을 부리는 것이 열심히 사는 것이라 여겼던 때가 있다.
남의 것을 끌어와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내가 커지는 방도인 줄 알았다.
그냥 나는 나대로, 남은 남대로 두면 그만인 것을 그때는 몰랐다.
남의 자리를 넘보지 않자 비로소 가장 맑은 얼굴이 되었다.
물방울은 하나와 하나가 만나 더 큰 하나가 된다.
거꾸로 생각하면 하나를 쪼개도 절반이 아니라 하나와 하나가 된다.
굳이 남의 것을 더할 며리가 없다.
크든 작든 우리는 모두 모난 구석 하나 없는 물방울이다.
그러니 바란다.
지금 사방에서 노드리듯 쏟아지는 빗줄기가 너무 오래 가지 않기를.
이내 여린 물방울로 돌아가 더없이 편안한 얼굴로 세상과 맞닿아 살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