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옆동네에 산책을 나갔다가 짱뚱어탕 식당을 발견했다.
며칠 뒤 점심 시간에 갔는데 손님은 나뿐이었다.
하지만 맛에 의심을 품지는 않았다.
추어탕도 아니고 굳이 향토음식인 짱뚱어탕을 파는 걸 보면 분명 사장님께 만만찮은 경력이 있을 터였다.
대부분 한식당은 4인용 식탁을 두기 때문에 혼자 자리를 차지하는 게 죄송했지만
사장님은 전혀 못마땅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젊은 여자가 혼자 짱뚱어탕을 먹으러 온 것이 반가운 낯빛이었다.
냉수로 입안을 식히고 기다리는데 곧 열 가지가 넘는 밑반찬이 깔렸다.
물김치에 가장 먼저 손이 갔다.
시장기에 재우쳐 안 그래도 산 입맛을 바짝 일으키는 새큼하고 시원한 맛이었다.
열무김치, 부추김치, 섞박지까지 갈수록 젓가락질이 들떴다.
모두 어설프게 가짓수만 채운 게 아니라 제대로 맛이 든 김치였다.
나물은 또 얼마나 맛깔나는지 짱뚱어탕이 나왔을 때는 이미 나물이고 김치고 반밖에 없었다.
끓는 소리를 내는 뚝배기가 앞에 놓이면서 안경에 김이 확 서렸다.
구수한 냄새가 풍기자 가슴이 들렁들렁했다.
국물을 맛보기 전 입바람으로 훌훌 두어 번 식혀주었지만 역시나 입천장과 혀를 데어 버렸다.
그래도 참을 수 없었다.
홀린 듯 툽툽한 국물을 연달아 떠먹었다.
시원하게 속이 뚫리면서 우썩우썩 기운이 차올랐다.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비염 때문에 묽은 콧물이 흐른다는 게 식사의 유일한 흠이었다.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는데, 뭐.'
나는 연신 휴지로 코밑을 훔친 뒤 식탁 한쪽에 휴지를 잘 모아두었다.
뚝배기에 반나마 남은 밥을 말 때쯤 두 손님이 함께 들어왔다.
둘 중 한 사람이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안 되어 이런 말을 했다.
"짱뚱어탕 파는 곳에 웬 클래식이에요? 꼭 고급 식당처럼."
그렇다. 그 식당에는 잔잔한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 또한 특이하다고 여긴 점이지만 사장님의 취향이겠거니 가볍게 여기고 넘겼다.
그런데 그 손님의 말에는 좀 우습다는 감상이 묻어 났다.
말 끝에 달린 웃음도 상대에게 무안을 줄 만했다.
사장님은 밑반찬을 담으며 상냥한 말투로 되물었다.
"클래식이 왜요?"
"솔직히 너무 안 어울리잖아요. 트로트라면 또 모를까."
이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사장님의 얼굴을 살폈다. 조금이라도 구김이 지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아니었다. 사장님은 시종 부드러운 웃음을 머금으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런 말씀 마세요. 짱뚱어탕이 토속적인 음식이라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알고 보면 얼마나 고급진 음식인데요. 짱뚱어처럼 영양가 많은 식재료가 없어요. 만들 때도 정성이 말도 못하게 들어가요. 그래서 저는 짱뚱어탕을 파는 게 그렇게 뿌듯해요. 손님들께 최고의 음식을 내어 드리는 거잖아요."
나는 손님의 얼굴을 슬쩍 훔쳐보았다. 그는 멋쩍은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나 또한 짱뚱어탕을 격식 차리지 않고 걸판지게 배를 채우는 음식쯤으로 여겼기에 좀 머쓱했다.
어쩐지 사장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 배가 한참 불렀어도 상 위의 모든 접시를 비우고서야 일어났다.
물론 내가 쓴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사장님 얼굴에 번진 자부심은 짱뚱어탕을 닮아 참되고 올곧았다.
세상의 잣대와 다른 자기만의 기준이 서 있는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이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눈치보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훨씬 값지다는 걸
짱뚱어탕 한 그릇 값에 깨닫고 왔으니 참 배부른 한 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