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정도 시골에서 일손을 도우면서 지낸 적이 있다.
일과는 단순했다. 눈뜨고 하는 일이라고는 논밭에 나가 김매는 것뿐이었다.
농약도 안 쓰고 모내기도 손으로 하는 마을이라 왼종일 손을 놀려도 일이 남았다.
사람이 아무리 부지런히 손을 놀려도 잡풀이 자라는 속도가 더 빨랐다.
그래도 참 잘 지냈다. 몸이 고된 나날이었지만 마음이 괴로울 일은 없었다.
논둑 그늘에 앉아 아늘거리는 푸른 모와 거꾸로 비친 산그림자를 멀거니 보고 있으면
마음이 더 없이 잔잔했다.
우주 여행이 현실이 된 시대에 손으로 일일이 풀을 뽑고 모를 심는 게
얼마나 우통하고 매욱스러운 짓인지 비웃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곳에서 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도시에서 조직의 통제를 받을 때와는 달라도 한참 달랐다.
그때는 내가 왜 이 일을 하는 것인가 의문이 멈추지 않았고
물음표가 갈고리가 되어 끊임없이 나를 찍어댔다.
원칙을 지키면 융통성이 없다는 소리를 들었고
융통성을 발휘하면 왜 제멋대로 나서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럴 땐 저렇게 저럴 땐 저렇게 이 사람한텐 이렇게 저 사람한텐 저렇게
머릿속에 온갖 처세술과 경우의 수가 나날이 늘어갔고
나는 마음속이 꼬이다 못해 마비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단순해지고 싶었다, 뭐든지.
아무리 생각해도 남의 눈비음하며 구색 맞추는 삶이라는 게 내맛도 네맛도 아닌 듯하다.
온갖 조미료와 향신료를 들이붓는데 그럴수록 맛을 잃어버리는 음식 같다.
그래서 그런지 찌물쿠는 날씨에 축축 늘어지는 한여름이 돌아오면 꼭 콩국수가 당긴다.
콩국수는 콩물 하나로 맛을 밀어붙인다.
툽툽한 국물이 오롯이 맛을 책임진다.
나는 콩국수의 그 정직함을 사랑한다.
바특한 국물에 속이 그득하다 싶으면 짭짤하면서 감칠맛 도는
겉절이 한 조각을 아삭 씹으면 그만이다.
그렇게 한 그릇 푸지게 비우고 나면 여름이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거만한 생각까지 든다.
그렇게 넌더리를 치던 여름이 만만해지고 만다.
그러니 세상 모든 음식의 맛이 화려해지더라도
콩국수만큼은 지금처럼 홑진 맛 그대로 남아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