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없다

by 남정은

값없다.

이 말은 '물건 따위가 너무 흔하여 가치가 별로 없다.'는 뜻과

'물건이 값을 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귀하고 가치가 높다.'는 뜻을 모두 담고 있다.

가끔 이런 모순에 빠진 단어를 보면 언어라는 게 얼마나 삶에 기대고 있는지 실감난다.

한 번도 모순에 빠지지 않는 삶이 있을까.

몇 번 모순을 겪다 보면 알 것이다.

모순은 삶의 오류가 아니라 진리가 드러나는 순간이라는 것을.

세상 모든 건 돈으로 살 수 있다.

그러니 돈으로 살 수 없는 사람이 되면 그 가치가 얼마나 크겠는가.

어떤 사람들은 경력에 한 줄도 남길 수 없는 치열한 전투의 흔적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간다.

'그거 돈도 안 되는 거 뭐하러 하냐.'는 질타에도 꿋꿋이 신념을 지킨다.

이 말은 오히려 그의 신념이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 반증한다.

돈이 아니고선 그 어떤 가치도 알아볼 수 없는 사람들만이 저런 말을 한다.

우리가 값없다고 여기는 것이 정말 값없는 것일까.

사람값에 들려면 이 질문만은 으레 잊지 않아야 한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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