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가족이란...?
"신랑은 언제 신부와 결혼하겠다고 결심했습니까?" 사회자가 기습 질문을 던졌다. "장인 장모님을 처음 뵈었을 때입니다!"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그가 대답했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녀석, 순발력 좋은데? 라는 느낌의 훈훈한 웃음들이었다. "그럼 신부에게도 같은 질문 하겠습니다." 안돼, 나는 이보다 더 나은 대답을 할 수 없다고! 당황한 나는 살짝 머뭇대다 "방금 신랑의 대답을 듣고 정말 결혼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해버렸다.
가볍게 농담처럼 넘겼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남편은 진심으로 부모님을 좋아해주었고 나는 그런 그가 참 고마웠다. 내가 사랑하는 분들을 비슷한 질량으로 좋아해주는 사람이라면 결혼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30년 동안 내 가족이 주고받았던 사랑의 방식을 이해한다는 뜻이니까.
가족들은 다 저마다의 문화가 있다. 식탁에서 대화를 많이 하는 가족, 카톡 대화를 더 자주 하는 가족, 기념일을 성대하게 챙기는 가족, 소소하게 집에서 케이크만 자르는 가족 등등. 사랑을 표현하는 정도와 방식이 집마다 다르다. 남편과 나도 당연히 달랐다. 달랐음에도, 서로의 문화를 충분히 이해했고 존중했다. 덕분에 한 번도 싸우지 않고 결혼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신혼집에 들어와 우리는 둘만의 가족 문화를 새로 만들어나갔다. 저녁상은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차리기, 매주 화요일 밤에는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보기, 가끔 평일에 반차 내고 함께 맛있는 거 먹으러 가기. 누가 먼저 제안해서 정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규칙성 있는 것들이 생겨났다. 이 생활에 익숙해졌을 무렵, 아기가 태어났다.
세 번째 식구를 맞이하며 1년 동안 만들어온 우리만의 문화에 소소한 변화가 생겼다. 요리 대신 배달 앱과 반찬가게를 애용하고, 각자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어쩐지 다운그레이드된 것 같다고?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저녁에 아기를 재우기 전에 우리는 함께 온갖 재롱을 떤다. 가족이 아니면 보여주지 않았을 격렬한 춤사위를 추면서. 어른들만의 한가로운 여가는 줄어들었지만 셋이 함께하는 즐거움을 점점 맛보는 중이다.
변하지 않은 것들도 있다. 여전히 다양한 주제들을 식탁에 올리며 열띤 토론을 벌이고,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종종 꽃을 사 온다. 아무리 피곤해도 "사랑해, 잘자"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이가 커도 이런 풍경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내게 가족이란 가장 재미있는 친구이자 언제나 곁에 있는 안식처다. 둘에서 셋이 되었을 때 그 의미가 더 단단해진 것 같다. 우리 가족만의 사랑의 방식을 아이도 좋아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아이의 남자친구가 찾아와 장인 장모님이 좋아서 따님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는 날이 오길 살포시 기대해본다. (너무 큰 욕심일까?)
2021년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씀
새닙의 육아에세이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