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육아휴직급여로 편하게 지내다가 회사에 복귀해 망설이면서 사표를 품고 다녀도 언제 연락이 올지 모르는 어린이집과 뉴스에 나오는 흉흉한 이야기들, 밤에 잠깐 만나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복귀를 해도 예전처럼 열정을 쏟아 일을 할 자신도 없던 나는 차라리 1달이라도 빨리 새로운 길을 찾아 도전해 보는 것이 맞는 것 같았다.
새로운 길이 다른 회사 취직은 아니었다. 20대 친구들이 빠르게 올라오는 마케팅의 세계 속에서 내가 나중에 다시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지금과 똑같은 고민을 계속하여 버티는 회사 생활일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솔직히 다시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 하고 싶어. 돈이 아니라 나의 자존감을 위해
그리고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워킹맘들이 정말 많다고 생각한다. 아마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도 회사를 다니면서 고민, 걱정을 하며 사회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회사가 있을까? 사내 어린이집이 있다면 해결될까? 할 수 있다면 부모가 아이와 함께 있어주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계속하게 되었다. 고민 끝에 "이런 회사가 없다면 내가 만들자"라는 결론까지 나오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회사의 대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임신을 하고 몇 달을 재택근무한 적이 있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업무 집중도, 효율성이 낮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회사에서보다 더 집중을 하게 되었다. 내가 다른 업무를 하다가 늦게 확인하면 다른 사람들의 업무가 늦어지면 어쩌지, 괜히 내가 논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라는 고민과 내가 익숙한 편한 공간에서 업무를 하다 보니 답답함 없이 집중하여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었다.
재택근무뿐만 아니라 자율출퇴근시간도 워킹맘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 같았다. 남편 회사는 자율출퇴근제로 일이 있는 경우 볼 일을 끝내고 출근하니 회사에서는 오히려 걱정 없이 일을 하는 것 같았다. 눈치 보지 않고 어린이집 등교나 오후 하교 시간에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직장인 부모의 회사에 대한 만족도도 굉장히 높아지고 출근 후 업무 집중도도 높아질 것이다.
나는 직장인으로 몇 년을 보냈다. 연봉과 일에 대한 만족도만이 전부가 아니다. 직원의 장기근속을 위한다면 직원들이 본질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을 함께 고민하여 최선책이 아니더라도 차선책을 제시하여 해결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회사가 한 발 먼저 양보한다면 직원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열정과 애사심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고 나 또한 그렇게 애사심을 느꼈다.
물론 중소기업에서는 개인의 1분 1초가 매출, 생산성과 연결되기에 많은 복지를 두고 시작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부터는 생각하는 모든 것을 실현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며 시행착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시작과 시도를 해야 안정화도 그만큼 빨리 온다고 생각한다.
업무의 순서와 의사소통 체계만 확실하게 한다면 직원과 동료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면서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나는 아직 1인 기업이라 시행하지 못하지만 1년 안에 직원들과 제품 회의를 하며 아이를 데리러 가는 직원에게 쿨하게 인사하는 모습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