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23년 3분기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통계가 나왔습니다. 다소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는데요.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간의 점유율 격차가 사상 최저치인 4.4%까지 좁혀진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엔비디아에 HBM3를 독점 납품하면서 첨단 이미지를 선점한 결과 하이닉스는 D램에서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HBM은 D램을 여러 층 적층한 반도체로 일반 D램에 비해 그 가격이 높고, 부가가치도 높은 반도체입니다. 메모리 만년 2위 SK 하이닉스는 HBM 3를 필두로 1위 등극의 발판을 마련하는 형국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좀 암울한 상황입니다. 엔비디아에 납품 예정이었던 HBM 3는 수율 저조로 인하여 그 납품 시기가 미뤄진 상황입니다. 삼성전자에서는 내년 상반기에 엔비디아에게 HBM 3를 공급할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SK 하이닉스가 주요 물량을 선점한 상태에서 스페어로 들어가는 형국인지라 얼마 정도의 점유율을 빼앗아 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리고 확실하게 엔비디아에 컨택이 되었는지조차 정확하지 않은 상황이죠.
삼성전자가 이렇게 HBM 분야에서 삐걱대는 까닭은 시장 수요 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삼성에게도 SK 하이닉스에게도 계륵같은 존재였습니다. 미래 시장 가능성을 보고 개발한 차세대 메모리 HBM이었지만 시장 확장이 쉽지 않았습니다. 패키징 기술도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HBM을 채택하는 반도체들도 그리 많지 않아 언제 열릴 지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위험한 배팅을 하는 것처럼 보였죠.
삼성과 SK의 사업 방향은 갈렸습니다.
SK는 밑 빠진 독처럼 보이는 HBM에 사운을 건 반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강화에 집중하면서 HBM 부서를 일시 해체 하는 등, 다소 시장 방향과는 역행하는 듯한 스탠스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 당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SK는 어차피 메모리 원툴 기업이었기 때문에 차세대 메모리에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안정적인 수입원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상황이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 같은 경우는 TSMC와의 선단공정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파운드리 쪽에 자원을 쏟아붓지 않으면 밀릴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아마도 삼성전자에서는 신사업으로 야심차게 시작한 파운드리 사업이 확고하게 자리잡게 하기 위해선 공격적인 집중 투자가 필요했고, HBM 쪽으로 투자 역량이 분산되는 것이 부담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선택은 현재의 메모리 시장에서 SK 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위상 역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거지게 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아직 점유율에서는 삼성전자가 다소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삼성전자는 1위의 저주에 걸린 기업처럼 보이고, SK 하이닉스는 메모리 혁신의 아이콘으로 시장에서 인식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시장의 인식 변화는 SK 하이닉스의 삼성전자에 대한 메모리 점유율 역전 시나리오를 예상하게 하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올인 전략이 성공했다면 그나마 삼성의 이미지가 개선되었을 텐데...
결과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쏟아 부었음에도 삼성전자는 오히려 TSMC에게 점유율을 빼앗기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삼성전자의 겨울이 진행중인 것으로 보입니다.(인텔의 14나노 장인 시절을 보는 듯한 불길한 예감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절대 강자로 여겨졌던 메모리 시장에서의 지위까지 흔들리게 되니 삼성전자로서는 승자의 저주에 걸린 것 아니냐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중이죠. 그렇다면 HBM에서 불거진 메모리 전쟁은 이대로 SK 하이닉스의 판정승으로 끝나게 되는 것일까요?
이는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와의 향후 메모리 기술 동향을 살펴봄을 통하여 어느 정도 가늠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일단 현재 메모리 발전의 방향은 어드밴스드 패키징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바로 SOC 안에 D램을 통합하여 패키징하는 방향으로 기술 발전의 가닥이 잡히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포문은 SK 하이닉스가 열었습니다. 바로 엔비디아의 H100을 통해 프로세서와 메모리의 통합을 구현해 낸 것입니다.
가운데 코어 부위에 H100코어와 함께 패키징된 SK 하이닉스의 HBM3를 볼 수 가 있습니다. 이러한 SOC가 가능했던 데에는 TSMC의 2.5D 패키징 기술인 COWOS가 배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TSMC는 어드밴스드 패키징의 선구자로서 인터포저 위에 메모리와 시스템 칩을 통합하는 COWOS를 통해 최강의 SOC인 H100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런데 COWOS가 좋은 패키징 방식인 것은 맞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인터포저는 칩간 연결을 위한 모판일 뿐 인터포저가 직접 칩간 연결을 돕진 않는다는 점입니다. TSV를 통해 HBM을 적층하여 인터포저 위에 결합시키면 인터포저에 깔린 배선을 통해 GPU로 데이터가 이동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아무래도 우회를 하다 보니 병목의 이슈로부터 자유롭진 못합니다.
바로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엔비디아와 SK 하이닉스가 손을 잡고 HBM4를 GPU 위에 적층하는 방식의 3D 패키징 방식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핵심은 현재 인터포저를 통해 우회중인 데이터 이동 통로를 수직 패키징을 통하여 상하 통로로 바꾸는 데에 있습니다. 우회로를 없앰을 통하여 데이터 이동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심산입니다.
SK 하이닉스는 HBM4 개발을 2026년까지 완성하겠다는 로드맵을 세워놓은 상황입니다. 그리고 HBM 4 시장 선점을 위해 엔비디아 등 주요 팹리스들과 협력하며 수직 패키징에 대한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삼성전자는 일단 HBM 3E까지는 SK하이닉스에게 헤게모니를 빼앗긴 상황입니다.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HBM에서 아예 손을 놓는 패착으로 인해 졸지에 후발주자가 되어버린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잰 발걸음으로 따라가는 수밖에는 별다른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SK 하이닉스보다 1년 앞선 2025년 HBM4를 양산함을 통하여 HBM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로드맵을 세우고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로드맵 대로라면 삼성전자는 현재 뒤떨어진 기술력을 빠른 시간 안에 확충하여 HBM3E(5세대 HBM)에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고 2025년 HBM4 선제 양산을 통해 SK 하이닉스를 기술 로드맵 상으로 추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게서 주목할 행보는 HBM4 조기 양산만은 아닙니다. 바로 SK 하이닉스가 엔비디아와 손을 잡고 실현하고자 하는 로직 다이 - HBM 수직 적층을 소비자향 프로세서에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온 디바이스 AI' 시대에 발맞추어 대역폭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전력 소모는 줄인 LLW D램을 개발하여 이를 인텔의 CPU 윗단에 수직으로 적층하는 기술의 개발을 위해 인텔과 힘을 합쳤습니다.
결국 차세대 D램의 방향은 CPU 코어와 메모리의 수직 적층으로 포커스가 맞추어진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발열일 것입니다. 현재 2.5D 패키징을 통해 엔비디아 H100이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한 칩에 통합하는 데에 성공은 했지만 데이터 이동 통로가 좁혀지면서 발열 이슈가 불거지게 되었습니다.
메모리와 프로세서를 가깝게 붙여만 놓아도 엄청난 데이터 이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발열 이슈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수직 적층을 통해 프로세서와 메모리 간 간격이 더욱 좁혀지면 발열 이슈는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결국 차세대 시스템 온 메모리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선 발열 이슈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이 문제의 해결을 누가 먼저 해내느냐에 따라 삼성과 하이닉스간 차세대 메모리 전쟁의 승자가 결정될 예정입니다.
초거대 AI 시대를 넘어 이젠 온 디바이스 AI 시대로 이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젠 개별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서버 없이도 AI 추론 연산을 수행하는 수준까지 기술의 발전이 이룩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칩의 면적 축소, 그리고 발열 이슈의 해소일 것입니다. 또한 온디바이스 AI는 서버를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용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도 관건일 텐데요. 이러한 문제점의 해결을 위해 SK 하이닉스, 삼성 양사는 적층 기술 확충과 발열 이슈 완화를 위해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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