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때로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한때는 서슬 퍼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이가, 어느 날 가장 강력한 지지자가 되어 돌아오는 풍경처럼 말이죠.
지난 28일, 미국 힙합계의 여왕이자 전 세계적인 아이콘인 니키 미나즈(Nicki Minaj)가 백악관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단순히 방문객의 신분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트럼프 계좌' 출범 행사의 주인공 중 한 명이었고, 자신을 향한 수많은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1호 팬'이고, 그 마음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니키 미나즈의 이번 행보는 미국 정계와 연예계에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민자 출신이자 흑인 여성 래퍼로서 그녀가 가진 상징성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충돌해왔던 과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당당했습니다. 주변의 비난이 오히려 자신의 확신을 견고하게 만든다고 강조했죠.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비난은 내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비난이 우리를 더욱 결집하게 만든다"는 그녀의 말은, 정치적 올바름(PC)이나 대중의 눈치보다는 자신의 실리와 신념을 우선시하는 현대 힙합의 '스웨그(Swag)'와도 닮아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그녀를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성공적인 여성 래퍼"라 칭하며 화답했습니다. 집무실로 이동해 자동차 노동자들을 함께 맞이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단순한 정치적 연대를 넘어선 묘한 파트너십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그녀의 과거를 복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인 그녀는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을 보며 이렇게 외쳤던 적이 있습니다.
"나는 5살 때 불법 이민자로 이 나라에 왔다. 아이들을 부모와 격렬하게 떼어놓는 이 나라의 모습에 가슴이 찢어진다."
그랬던 그녀가 2021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변화하더니, 이제는 정권의 핵심 행사에서 '1호 팬'을 자처하게 된 것입니다. 무엇이 그녀의 마음을 돌려세웠을까요? 단순히 개인의 변심일까요, 아니면 변화하는 미국 사회의 단면을 상징하는 사건일까요?
니키 미나즈의 선택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과거의 신념은 영원해야 하는가, 아니면 시대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여야 하는가. 그녀의 행보를 두고 누군가는 배신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용기 있는 결단이라 부릅니다.
분명한 것은 그녀가 더 이상 타인의 프레임 속에 갇혀 있기를 거부했다는 점입니다. 이민자 출신이라는 배경이 반드시 특정 정치 성향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있어 성역은 없다는 것을 그녀는 몸소 증명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무대 위 래퍼에서 백악관의 정치적 조력자로. 니키 미나즈라는 아이콘이 써 내려가는 이 파격적인 드라마의 결말은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