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TSMC와 차세대 프로세서 위탁 생산 논의

팹리스 공룡의 탄생인가? 한시적 고육책인가

by 경제를 말하다

J.P.모건의 해리언 수 애널리스트는 인텔이 차세대 제품의 생산을 가속화하기 위해 TSMC와 접촉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인텔이 "TSMC와 접촉하여 5나노 CPU 생산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통해 인텔이 저전력 CPU와 GPU뿐만 아니라 주력인 하이엔드급 CPU까지도 파운드리 라인을 적극 활용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텔이 차세대 CPU 생산에 TSMC 5나노 라인을 사용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는 뉴스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는 인텔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음을 시사합니다. JP모건의 리포트도, 이를 기사화 한 언론의 기사도 인텔이 생산라인을 포기하고 팹리스로 전환할 것이라고 보진 않았습니다.


다만 인텔 자사의 7나노 공정이 의미 있는 수율을 나타낼 때까지 TSMC 5나노 공정을 통해 차세대 CPU를 양산해 시간을 벌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 끌기 용이라고 하더라도 자사의 CPU 생산라인에 로드가 걸려 신제품 생산이 지연되어 자사의 CPU 가격이 대란이라고 부를 만큼 폭등할 때에도 파운드리 생산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인텔이 파운드리 생산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큰 변화입니다.



인텔은 PC용 CPU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서버, 데이터 센터용 CPU 시장에서는 95% 정도의 점유율을 가진 명실상부한 반도체 계의 공룡기업입니다.


비록 한시적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엄청난 인텔의 CPU 물량이 파운드리 라인으로 쏟아져 나온다는 것은 분명 파운드리 업계에게는 호재 중 호재일 것입니다.


게다가 인텔이 파운드리 라인을 한시적으로 가동한다고 하더라도 7나노 공정 개발에 성공하리란 보장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14나노에서 10나노로 넘어오는 데에 5년이 걸렸습니다. 물론 중간에 10나노 양산을 시도했다가 발열 문제가 불거지면서 포기한 것 포함해서 그렇습니다.


이제 10나노 양산을 시작한 상태인데 1-2년 내에 7나노 공정 세팅을 완료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저는 어렵지 싶습니다. 한시적이라고 하더라도 인텔이 파운드리를 통해 하이엔드 CPU를 생산하는 시기가 길어질 것이라고 예상해 봅니다.



그렇다면 인텔이 파운드리를 이용하는 기간 중에 세계 반도체 업계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요? 팹리스 – 파운드리 체제가 더욱 고착화될 것입니다. 인텔의 물량은 가히 엄청난 수준입니다. 현재 비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팹리스 – 파운드리 협업 체제가 점점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에 대표적으로 인텔과 삼성이 IDM, 즉 설계와 생산을 함께 진행하는 종합 반도체 회사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이번 인텔의 7나노 공정 지연으로 인한 파운드리 활용이 고착화될 경우 IDM에 대한 회의론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비메모리 반도체의 팹리스 – 파운드리 협업 체제가 완벽하게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서 파운드리 업계 간의 경쟁 역시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거대한 인텔의 물량을 누가 받느냐에 따라 파운드리 지형도가 고착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은 미세공정 진척도에 따라서 순위가 결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1위는 제일 먼저 7나노를 구현한 TSMC입니다. 이어 EUV 7나노 공정에 진입하여 10나노의 벽을 깬 삼성전자가 2위죠. 3위인 글로벌 파운드리는 7나노 진입을 포기한다고 선언해버렸습니다. 4위 UMC와 5위 SMIC는 7나노 진입까지 아직 상당 기간이 더 필요합니다. 따라서 현재 파운드리 시장은 1강 1중 나머지 군소 회사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런데 이 시장에 인텔의 물량이 투입될 경우 누가 인텔의 물량을 주로 수주하느냐에 따라 1강 체제가 고착화되든지, 아니면 2위 삼성전자의 케파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면서 2강 체제로 재편될 것인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는 TSMC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 파운드리 1강 체제가 고착화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의견이 다수입니다만 현재 TSMC의 케파가 인텔 물량 전량을 수주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일부 물량을 삼성에서 커버한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다수를 TSMC에서 수주한다면 역시 1강 체제가 굳어지는 것에 무게를 두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TSMC의 로드 이슈로 인해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보는 선에서 정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TSMC에 인텔이 하이엔드 CPU를 맡긴다면 7나노 공정 지연 이슈를 상쇄할 수 있을까요? 시장에서는 부정적으로 봅니다. 시장에서는 전적으로 파운드리 업계가 반사이익을 보는 반면 인텔은 파운드리 업체가 공정 세팅을 하는 동안에는 기존 제품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기에 매출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장 큰 수혜는 TSMC가 보게 될 것입니다. 인텔의 대규모 물량의 대부분을 수주받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점유율에서 일부 로스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인텔의 물량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한 상황이기에 점유율 면이나 매출 면에서 분명한 이득이 있습니다.


삼성도 수혜를 입는 회사 중 하나인데요. 현재도 TSMC의 라인은 로드가 많이 걸리고 있습니다. 물량 과부하 이슈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인텔의 물량을 받으면 그만큼 로드가 걸리게 될 테고 신규 의뢰를 소화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신규 물량이 삼성으로 들어오면서 삼성 파운드리도 TSMC – 인텔 연합으로 인한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인텔의 물량까지 일부 수주하게 된다면 삼성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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