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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데이 총정리 그리고 테슬라 전기차 전망

by 경제를 말하다

배터리 데이를 예상하며 많이 나왔던 이야기들 중 이런 것들이 있었습니다. 테슬라가 현존 2차 전지업체들 중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를 시장에 들고 나올 것이다. 테슬라가 실리콘 음극재를 나노 와이어 구조로 배열하여 배터리의 효율과 용량을 획기적으로 높인 차세대 배터리를 들고 나올 것이다. 가격 상승의 원인이며 노동자 인권의 문제를 안고 있는 코발트가 거의 들어가지 않은 배터리를 들고 나올 것이다 등등.


테슬라가 보여줄 배터리 매직을 기대하며 배터리 데이를 기다려 오신 분들이 매우 많을 것입니다. 저도 어제 배터리 데이를 기대하며 잠이 들었다가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바로 유튜브 라이브를 켰습니다. 여러 채널들에서 생중계를 해 주고 있더군요.


저는 과연 일론 머스크가 어떤 배터리를 들고 나왔을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멋진 신개발 배터리 셀 프로토타입을 들고 나올까도 상상해 보았었죠. 적어도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라면 무엇인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예상하던 그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몇몇 기술들이 발표되긴 했지만 우리가 예상했던 것들에 비하면 기존 기술들에 양념을 친 정도에 불과했던 것 같습니다.






시장의 반응 또한 냉담했습니다. 배터리 데이에서 언급된 내용들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 내용이며 별다른 혁신을 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시장의 냉담한 외면을 받아야 했습니다. 21일과 22일 테슬라의 시가 총액은 20 조가 넘게 증발하며 시장의 실망을 여실하게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배터리데이 행사를 통해 우리가 살펴보아야 할 내용들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일론 머스크가 배터리 데이 행사를 통해 나타내고자 했던 테슬라의 중장기 비전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배터리데이의 핵심은 배터리 그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배터리를 매개로 테슬라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제시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날 배터리데이의 핵심 내용은 배터리 비용 절감과 제조 공정의 혁신을 통해 배터리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춤을 통해 25,000달러 전기차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테슬라는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배터리에 적용된 여러 기술들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핵심은 단 하나로 귀결됩니다. 보다 저렴한 가격에 적당한 성능 향상을 꾀하는 전략 그리고 방점은 성능 향상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찍힙니다.


물론 성능 향상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좀 더 오래, 좀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효율 좋은 배터리는 전기차 산업에 있어 필수요소입니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만 생각해서 각종 기술을 무분별하게 녹여내다간 하염없이 치솟는 단가를 통제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테슬라는 전자, 즉 비용 혁신을 택했습니다. 비용 혁신을 위해 테슬라가 꺼내 든 카드는 ‘니켈’입니다. 즉 전기차 배터리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지만 단가가 높고, 매장지가 한정되어 있으며 노동자의 인권문제가 결부되어 있는 코발트의 함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으면서도 비용 대비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니켈 전극을 양극 제로 적극 차용함을 통해 배터리의 단가를 낮추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것입니다.







이외에도 테슬라는 배터리 셀과 셀을 이어주는 탭을 제거함을 통해 배터리 팩 내부에 들어가는 배터리 셀의 숫자를 늘리고 배터리의 효율을 높이고 제조 원가를 낮추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핵심적으로 기가 팩토리를 뛰어넘는 테라 팩토리를 건설하여 이곳에서 배터리를 생산함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를 통해 최대 배터리 제조 원가의 56%를 절감하여 현재 1 KWH당 150달러 이상 책정되고 있는 배터리 제조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춰 100달러 이하로 떨어뜨리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것이 배터리 데이의 핵심 내용입니다.


사실 1 KWH당 배터리 제조 원가 100달러 이하는 테슬라가 로드런너 프로젝트 주창시 외쳤던 캐치프레이즈 같은 것이었습니다.






자 그렇다면 1 KWH당 100달러 이하의 저렴한 배터리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전기차 가격의 상당 부분을 배터리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터리의 제조 원가가 획기적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싼 가격에 전기차를 공급할 수 없고 이는 전기차가 전 세계에 범용 차로 자리 잡는 데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테슬라가 배터리 제조원가 혁신을 들고 나온 이유는 앞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남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전기차를 공급함을 통해서 전기자동차 업계의 선도자 위치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테슬라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테슬라의 야망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테슬라는 단순히 전기차 제조사의 탑을 꿈꾸는 데에서 나아가 전기차 플랫폼 기업으로의 발전을 꿈꾸는 회사입니다. 전기차 배터리에서부터 시작하여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센싱 기술, 각종 엔터테인먼트까지 전기차와 관련한 모든 것들을 상품화하여 서비스로 제공하는 말 그대로 전기차 제조 및 서비스 기업으로의 성장을 꿈꾸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테슬라의 전기차 플랫폼 기업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플랫폼 서비스에서 유의미한 수익을 낼 수 있을 만큼 테슬라 전기차가 대중화되어야겠죠. 자사 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합리적인 가격일 테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테슬라의 로드맵을 배터리 가격이 가로막고 있다면? 당연히 끌어내림으로써 자신의 로드맵을 완성해야겠죠. 그러니 반값 배터리라는 파격적인 가격 혁신을 내세운 것입니다. 배터리 셀의 가격이 내려가면 자연스럽게 자동차의 가격도 내려가게 될 것입니다. 거기에 기가팩토리가 계속해서 증설되고 대량의 물량을 뽑아내게 된다면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인해 자동차 생산 단가도 내려가겠죠? 그러면서 25000달러 전기차 비전이 실현되는 겁니다. 이를 통해 테슬라는 전기차 왕국의 이미지를 고착화시키게 되겠죠.


이 모든 연결고리가 테슬라 배터리 데이에 녹아들어 있는 것입니다. 다만 주목해야 할 것은 이것이 당장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인데요. 일론 머스크는 2022년까지 반값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로드맵만 발표된 상황에서 실제 배터리 개발에 시험생산에 성공하고 양산까지 가기 위해서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그래서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파나소닉 LG화학 CATL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이야기한 거죠.


정리하겠습니다. 테슬라 배터리 데이의 주인공은 배터리가 아니었습니다. 테슬라의 미래 비전이 주인공입니다. 배터리 데이를 통해 드러난 테슬라의 배터리 원가 절감 혁신 계획은 그대로만 실행된다면 배터리 업계의 일대 파란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바로 시행되는 정책은 아니고 아직은 발표된 기술들이 실제로 구현될지도 의문이기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만 테슬라가 배터리 원가절감 혁신을 통해 전기차 가격 하락에 성공한다면 시장에서 테슬라가 가지는 파급력은 지금 가진 강력함보다 훨씬 배가된 강력함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입니다.


말 그대로 테슬라가 구축해 가는 전기차 생태계에 올라탈 것이냐 말 것이냐가 성장이냐 도태냐를 결정짓게 될 가능성 배제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배터리 데이 이후 테슬라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투자 의견은 테슬라 주가 하락 시 추가 매수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매수 기회는 아무 때나 오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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