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이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기업 중 세계 1위를 차지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197억 달러로 196억 달러에 그친 인텔을 1억 달러 차이로 따돌리고 세계 1위를 탈환했습니다. 이는 2018년 3분기 이후 약 3년 만에 이뤄낸 성적입니다.
하지만 불안한 1등인데요. 왜냐면 이번 삼성의 성과가 대단한 것이긴 하지만 결국 주력으로 삼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에 의존하는 비중이 아직도 많기 때문입니다. 정작 파운드리에서는 그리 큰 수익을 얻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메모리 산업의 특성상 소품종의 메모리를 대량으로 양산하여 공급하기 때문에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지금이야 데이터 사용이 폭주하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투자가 계속될 수는 없습니다. 시장이 성숙하면 다시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메모리 재고가 쌓이게 될 것입니다.
그럼 다시 메모리 가격은 하향곡선을 그리게 되겠죠. 그러면서 삼성, 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옵니다.
이러한 약점이 있기에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 이외에 파운드리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투옥되면서 굵직한 삼성의 주요 투자 현안들이 뒤로 미뤄져 왔습니다. TSMC와 인텔 등이 선제적으로 투자를 발표하면서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반면 삼성전자는 이상하리만치 추가 투자를 미루고 있습니다.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죠.
이러한 삼성의 스탠스는 주주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메모리 호황으로 인해 잠시 왕좌에 앉았지만 언제 내려올지 모르는 불안한 1등인 것이죠.
반면 2위 기업 인텔은 파운드리 진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저는 파운드리 및 반도체 산업과 관련하여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과 새로운 공정 로드맵의 발표가 굉장히 큰 의의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시장 판도의 변화입니다.
인텔이 시장에서 도태되기 시작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파운드리 진영에 비해 공정 개발 속도가 늦었기 때문입니다. 2015년, 인텔이 14나노에서 4년간 헤매며 멈춰있는 동안 TSMC와 삼성은 7나노를 지나 5나노로 이행했고 이젠 3나노 개발 완료 및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입니다. 반면 인텔은 이제야 10나노 슈퍼 핀 공정의 수율 안정화를 꾀하는 단계에 와 있죠.
전자의 이동 통로인 게이트의 길이를 뜻하는 미세공정의 나노 숫자는 지속하여 획기적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게이트의 길이가 나노 숫자만큼 짧아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회사마다 공정 노드를 계산하는 방법이 제각각입니다. 그렇기에 공정 숫자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모호해졌습니다. 즉 공정 노드의 숫자는 마케팅의 요소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인텔은 파운드리 진영의 나노 마케팅의 최대 피해자이죠. 그러니 이젠 파운드리가 선점해 왔던 미세공정 경쟁력을 이젠 공정 노드의 표기 자체를 바꿔버림을 통해서 되찾아오겠다는 야망의 표출입니다. 자신이 당했던 방법 그대로 돌려주겠다는 것이죠.
인텔의 공정 로드맵을 보면 좀 이상합니다. 인텔 7, 인텔 4, 인텔 2, 인텔 20A 인텔 18A...
도대체 어느 정도의 미세공정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파운드리 진영이 숫자놀음으로 마케팅을 펼쳤듯이 인텔도 파운드리 진영에 뛰어들면서 이들이 썼던 방식을 그대로 차용하면서 TSMC와 삼성으로 향했던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아오겠다고 밝힌 것이죠.
인텔의 공정 로드맵은 굉장히 파격적이고 그 스피드가 매우 빠릅니다. 일단 인텔은 현재의 10나노 슈퍼 핀 공정을 개선한 인텔 7 공정을 오는 2022년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후 1년 단위로 현재 7나노 공정에 해당하는 인텔 4, 그리고 5나노 공정에 해당하는 인텔3을 개발합니다. 이후 2024년이 중요한데요. 인텔 20A 공정을 선보이겠다고 밝혔습니다.
20A 20 옹스트롬을 의미합니다. 옹스트롬은 0.1나노를 의미하는데요. 20옹스트롬이란 2나노 반도체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파운드리 진영이 나노 숫자로 마케팅을 했듯이 인텔도 나노에서 진일보한 옹스트롬이라는 단위를 사용하여 미세공정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야망을 직접적으로 밝혔습니다.
삼성도, TSMC도 아직 3나노 공정 이후 공정 로드맵을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때를 틈타 인텔은 “너흰 아직도 나노 타령이냐? 우린 옹스트롬으로 간다!”라고 응수했습니다.
인텔이 14나노에서 헤매고 있을 때 TSMC, 삼성은 7나노, 5나노를 내세우면서 숫자 마케팅으로 인텔을 짓눌렀습니다.
이제 3나노에서 공정 기술력이 멈춰 선 지금 인텔은 옹스트롬이라는 비밀병기를 꺼냄을 통해 역으로 전통적인 파운드리 강자인 TSMC와 삼성을 짓누르기 위한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18옹스트롬, 즉 1.8나노 급의 반도체를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EUV 노광장비 독점 생산업체인 ASML과의 협력을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흐름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젠 더 이상 TSMC와 삼성에게 기술 우위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며 나노에서 옹스트롬으로 공정 명칭을 아예 바꿈을 통해 시장의 판도 자체를 바꾸겠다는 야망을 보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인텔에 맞서는 우리 삼성전자는 과연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지금의 체제로는 얼마 가지 못해 인텔에게 수위를 빼앗길 것입니다. 또한 2위 자리도 위태롭습니다. TSMC는 시총으로는 벌써 삼성을 이겼습니다. 이제 매출액에서도 삼성을 뛰어넘을 날이 그리 머지않았습니다. 삼성이 메모리 일변도의 사업구조를 쇄신하지 못한다면 1위 수성은 어렵습니다. 1위는커녕 2위 유지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삼성의 파운드리가 어서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삼성이 아직도 5나노 공정에서 60% 정도의 수율을 보이며 수율 개선에 고전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어서 빨리 5나노 수율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개선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또한 현재 개발하고 있는 3나노 GAA FET 공정을 잘 개발하여 TSMC보다 먼저 3나노 양산에 성공해야 합니다. 그래서 3나노 공정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거둠을 통해 이탈할 수 없는 충성 고객층을 꾸준히 늘려나가야 합니다.
인텔이 본격적으로 파운드리 양산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대응하기보다는 선제적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현재 계류 중인 투자 건을 빠르게 진행해야 합니다.
오늘은 불안한 세계 1위 반도체 기업 삼성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 말해 보았습니다. 인텔의 추격이 매섭습니다. 삼성은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해 갈까요? 과연 삼성은 3년 만에 빼앗은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라는 지위를 잘 유지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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