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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를 말하다 Jul 18. 2023

2인자 SK하이닉스가 1인자 삼성전자를 상대하는 방법

메모리 업계에서 2등 기업인 SK 하이닉스가 1등 기업인 삼성전자를 상대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SK 하이닉스는 메모리 제조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 둘의 경쟁에서도 2등이 1등을 상대할 때 주로 사용하는 전략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요. 바로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것입니다. SK 하이닉스는 최근에 낸드 메모리와 HBM(High Bandwidth Memory) 분야에서 삼성을 앞지르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력을 통해 업계에서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하려는 노력의 결과입니다.     


1. 삼성전자보다 반보 앞선 기술 선점


2023년 6월, SK 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238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이전에 개발한 176단 낸드플래시로부터 1년 7개월 만에 달성한 업적입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상세 스펙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최근에는 236단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경쟁사 마이크론은 232단 낸드플래시를 양산 중에 있습니다. SK 하이닉스가 취한 포지션은 이들보다 반 보 정도 앞선 포지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낸드플래시 기술에서 200단 이상의 구조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것은 2022년 12월에 YMTC였습니다. 그러나 SK 하이닉스는 이를 비웃듯 6개월 뒤에 238단 낸드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데에 성공하여, 타사 대비 앞선 기술력을 입증하였습니다.  

SK 하이닉스가 이번에 개발에 성공한 238단 낸드플래시는 이전 세대인 176단 낸드플래시에 비해 생산성이 34% 향상되었으며,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낸드플래시임을 자랑합니다.  

   

한편, 삼성전자는 현재 236단 낸드플래시를 양산 중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상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기술력의 제고와 자본 확충에 나서면서 메모리 투자에 대한 여력이 분산되는 틈을 타, SK 하이닉스는 삼성보다 앞선 기술력의 제품을 계속해서 출시함으로써, 시장에서 한 걸음 더 앞선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이는 적기에 유효한 타격을 입힌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고객 맞춤형 반도체 제조 공정인 파운드리와는 달리, 일정한 표준 규격이 존재하여 각 회사의 메모리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JEDEC(Joint Electron Device Engineering Council)라는 반도체 표준 협의체에서 제정된 표준에 따라 설계가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는 커머디티(Commodity) 즉, 상품의 성격을 가집니다.     


따라서, 각 회사의 기술력이 거의 비슷하고 기본적인 구조도 유사한, 그래서 상품의 성격이 강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이 주된 승부 요인이 됩니다. 가격은 단위당 생산량이 많을수록 낮아집니다. 다시 말해, 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은 웨이퍼(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원판) 당 얼마나 많은 수의 칩을 생산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SK 하이닉스가 최근 양산에 성공한 238단 낸드플래시는 기존의 176단 낸드플래시에 비해 생산성이 34% 향상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한 웨이퍼 당 생산 가능한 칩의 수가 34% 증가했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한 웨이퍼로 500개의 칩을 생산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동일한 크기의 웨이퍼로 670개의 칩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더 큰 규모의 경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SK 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에서 유의미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다면 생산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으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습니다. SK 하이닉스는 물리적인 자본 투자(CAPEX)가 삼성전자보다 부족한 상황에서, 칩의 크기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 혁신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SK 하이닉스는 HBM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비교했을 때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버 CPU에서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는 인텔의 DDR5 메모리 인증도 세계 최초로 획득하는 등, SK 하이닉스는 메모리 분야에서 삼성보다 한 발 앞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러한 기술적인 차원에서의 추월이 SK 하이닉스가 삼성과의 싸움에서 최종 승리했다는 것을 뜻하진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엄청난 CPAEX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상품의 성격을 가지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CAPEX의 차이는 뼈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두 회사와의 단적인 CAPEX의 차이를 나타낼 수 있는 지표가 2022년 4월 조선일보의 기사를 통해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잠시 인용해 보자면 삼성전자는 월 평균 320만 장 가량의 웨이퍼를 메모리 반도체로 생산하는 반면, SK 하이닉스는 월 평균 198만 장 수준으로 생산량이 낮습니다. 1.4~1.5배 정도의 CAPEX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점유율을 통해 명시적으로 드러납니다.      


따라서, SK 하이닉스가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선도적인 시장 진입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현재 SK 하이닉스는 주력 제품으로서 차세대 메모리인 DDR5, HBM(High Bandwidth Memory), 그리고 200단 이상의 낸드플래시 메모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HBM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SK 하이닉스는 경쟁에서 헤게모니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엔비디아 GPU에 독점적으로 HBM을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HBM 시장의 선두주자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GPU는 생성형 AI 붐을 타고 최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데요. 특히 서버에 들어가는 고성능 GPU시장에서 엔비디아는 90%이상을 장악하는 절대강자입니다. 엔비디아와 손을 잡은 SK 하이닉스는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삼성전자가 HBM3 양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시장을 양분하게 되겠지만 선두주자로서의 지위는 잃지 않을 것입니다.     


2. CAPEX 확충


우리가 너무나 잘 알듯, 작년 SK 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 부문인 솔리다임을 인수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이를 통해 SK 하이닉스는 잠시나마 키옥시아를 제치고 낸드 점유율 세계 2위를 차지하기도 하는 등 낸드 플래시에서 고무적인 성적을 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키옥시아에 밀려 세계 3위로 밀려난 상태이고, 3위 자리마저 4위인 웨스턴 디지털에게 추격을 당하는 처지에 있지만 SK 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인수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하이닉스의 CAPEX가 단기간에 괄목할 정도의 성장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커머디티 시장입니다. 즉 더 많은 CAPEX를 확충하여 생산 단가를 낮추는 회사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물론 100%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유달리 메모리 반도체 회사에서 합종연횡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는 유의미한 점유율을 확보함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기 위함이겠죠.      



SK 하이닉스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CAPEX 확충을 위해 온 역량을 집중하던 2021년 3분기, 솔리다임과의 합병 절차를 마무리 짓고 세계 2위의 낸드플래시 회사로 발돋움 합니다. 이를 통해 CAPEX 면에서도 삼성전자와 경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2021년이라면 반도체 경기의 불황이 서서히 예고되던 시기였습니다. 정점에 있기도 했지만 코로나 시국이 마무리되고,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자금 회수를 위해 금리를 높이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됨으로 인해 글로벌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는 위기론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던 때였습니다. 보통 이런 때라면 대규모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될 만 하지만 SK 하이닉스는 뚝심있게 솔리다임 인수를 추진하였습니다. 이유는 자명하죠. 3강체제로 굳건하게 재편을 마친 D램 시장보다는 아직 정리가 덜 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함을 통해 해당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심산이었을 것입니다.     


물론 현재 SK 하이닉스와 솔리다임 조합은 실패한 조합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이들이 합병한 지는 2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내부 정리가 마무리 되고, 솔리다임 측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서버용 SSD 시장에서 성과가 드러나게 되면 다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하다고 보입니다. 인수합병으로 인해 단숨에 낸드플래시 CAPEX를 확충한 SK 하이닉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입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의 등이 터지지 않는 방법! 새우의 등이 터지지 않을 정도로 새우의 몸집을 키우는 데에 있죠.     


어찌 보면 재벌집 막내아들에 나오는 순양 반도체의 영진 반도체 인수가 SK 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인수와 비슷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진양철을 살린 진도준의 신의 한 수, 영진 반도체 인수처럼 SK 하이닉스가 지금은 솔리다임과 시너지를 내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내부 정리를 잘 끝내 플러스 시너지로 돌아서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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