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하이브리드 본딩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본딩이란 무엇일까요? 본딩은 말 그대로 무엇인가를 붙인다는 말입니다. 반도체 공정에서 본딩은 패키징 기판과 칩 다이를 붙이는 행위를 본딩이라고 합니다.
패키징 기판 위에 칩 다이를 부착할 때 전통적으로 쓰이던 방식은 금선을 활용한 방법이었습니다. 반도체를 패키징하기 전 패키징 기판 위에 칩 다이를 장착하고 둘 사이를 금선으로 이어 실제 반도체가 보드 위에 장착되고, 전류가 통하면 데이터가 오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줍니다. 이를 와이어 본딩(Wire Bonding)이라고 말합니다.
칩 간의 주고 받는 데이터의 양이 많지 않았을 때에는 와이어 본딩 만으로도 충분히 데이터 전송을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의 연산이 점점 고도화되고, 칩과 기기 사이의 주고 받는 데이터 양이 꾸준하게 증가하면서 와이어 본딩만으로는 데이터의 양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반도체 패키징의 과제는 어떻게 하면 데이터가 오가는 I/O 즉 입출력 단자의 수를 높일 것인가에 집중되었습니다. 이러한 업계의 필요에 따라 제기된 발전 방향은 반도체 칩 다이와 패키징 기판 사이를 와이어로 연결하지 않고, 직접 부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개발된 패키징 기법은 FC-BGA(FLIP CHIP-BALL GRID ARRAY)입니다. 이것은 칩 다이와 패키지 기판 사이에 전류가 통하는 솔더 볼을을 격자 형태로 배치하여 붙이는 방식입니다. 솔더볼은 칩 다이와 패키징 기판 사이에 배치되며 이로 인해 범프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금선을 활용하는 와이어본딩에 비해 솔더볼 즉 범프를 활용하는 플립칩 방식의 패키징은 여러 장점을 가지는데요.
첫째, 플립칩 방식의 패키징은 금선보다 PCB에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데이터 전송 효율이 높습니다. 칩의 데이터가 금선을 따라 전송되어 PCB로 연결되는 와이어 본딩 방식은 데이터가 금선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약간의 시간 딜레이가 있습니다. 반면 범프를 활용한 플립 칩 방식은 와이어를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딜레이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집니다.
둘째, 이동하는 데이터의 양을 증폭할 수 있습니다. 와이어 본딩 방식으로 전송되는 데이터의 양도 플립칩 본딩을 통해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과 비교하기가 민망한 수준입니다. 즉 와이어 본딩 방식의 칩이 지금도 만들어지고는 있지만 주로 아주 기초적인 칩이나, 비교적 성능이 떨어지는 칩에 활용되는 반면 플립칩 본딩 방식은 다량의 I/O를 필요로 하는 고성능 칩셋에 주로 활용됩니다. 플립칩 본딩 방식은 크게 플립칩 칩스케일 패키징(FC-CSP)과 플립칩 볼 그리드 어레이(FC-BGA) 방식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FC-CSP 방식은 주로 저전력을 요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모바일 디바이스에 특화된 패키징 방식입니다. 반면 PC 용 CPU 등 비교적 칩 다이 사이즈가 크고, 좀 더 대용량, 고성능을 요하는 칩셋의 경우 FC-BGA 방식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반도체 칩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플립 칩 방식의 패키징에도 한계가 찾아왔습니다. 연산 성능이 좋아질수록 데이터가 오가는 I/O(입출력 단자)의 수가 늘어나야 효과적인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데 플립칩 방식으로는 한정된 면적의 칩 다이 안에 확장할 수 있는 I/O의 수에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안된 방식이 바로 카파 필러 범프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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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솔더볼을 만들어 I/O 단자를 확충할 때보다 구리 기둥에 솔더볼을 배치할 때 더 적은 면적에 더 많은 I/O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칩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패키징의 방식은 단위면적당 I/O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늘려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발전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엔가 카파 필러 방식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엄청난 데이터 연산량을 자랑하는 AI 연산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반도체 안에 집적할 수 있는 I/O의 숫자에도 점점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했고요. 그래서 반도체 제조업계에서는 패키징 단에서 좀 더 원활한 데이터 소통 방식을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제기되는 기술적 해법이 바로 인터포저를 사용하는 2.5D 방식의 패키징, TSV를 활용하여 위로 쌓아 올리는 3D 방식의 패키징이 된 것입니다.
인터포저와 TSV 기술을 활용하여 반도체 업계는 좀 더 좁은 면적에서 더 효율적인 데이터 전송을 구현하는 해법을 찾아냈습니다. AI 연산이 고도화되면서 업계에서는 좀더 성능 좋은 칩을 원하게 됩니다. 적은 량의 전력을 사용하고도 최대한의 효과를 얻어낼 수 있는 초 고성능의 칩을 원하게 된 것입니다. 범프를 거쳐서 데이터가 이동하는 것도 비효율적이니 아예 범프 없이 칩과 칩을 직접 붙여 데이터 전송 거리를 획기적으로 좁히자는 쪽으로 기술의 방향이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조에서 각광을 받는 것이 바로 하이브리드 본딩입니다.하이브리드 본딩은 2.5D 패키징이나 3D 패키징에서 각기 다른 칩 다이를 연결할 때 사용되는 본딩의 방식입니다. 그래서 패키징이 각광을 받으면서 함께 빛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본래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이 전혀 새로운 기술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지 센서를 제작할 때 주로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이 활용되어 왔습니다. HBM에도 하이브리드 본딩이 적용되죠. 적층이 있는 곳엔 하이브리드 본딩이 있다고 보시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범프와 범프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재로 인해 칩과 칩 사이의 공간이 있었던 플립칩 방식에서 이젠 칩을 만드는 웨이퍼 단에서 칩과 칩을 범프 없이 다이렉트로 쌓아 올리는 데에 필요한 구리를 성장시키고, 그 위에 다른 기능을 하는 칩의 아랫면에 구리를 성장시켜 직접 붙여 버리는 방식이 바로 하이브리드 본딩, 카파 두 카파, 다이렉트 본딩으로 불리는 방식의 본딩입니다.
구리를 성장시킨 두 칩셋을 다이렉트로 붙이고 그 사이를 TSV로 연결하여 데이터 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방식의 패키징이 바로 하이브리드 본딩입니다. 그런데 하이브리드 본딩을 하려면 후공정, 즉 패키징을 담당하는 OSAT 가 아닌 전공정의 기술이 들어가주어야 합니다. 크게 웨이퍼를 연마하는 공정, 그리고 플라즈마 공정이 사용되는데요. 웨이퍼 단에서 제조된 칩 다이들 위에 구리를 성장시키고, 이를 평탄하게 만드는 연마 작업이 들어가야 합니다.
연마된 칩 다이들을 붙이기 위해선 플라즈마가 필요합니다. 열이나 압력을 가하여 두 칩을 붙이는 개념과는 약간 다른 개념입니다. 강력한 플라즈마를 생성할 수 있는 플라즈마 챔버가 필요합니다. 접착이 필요한 두 칩 다이에 구리를 성장시키고 이 둘을 마이크로 단위의 오차범위로 정확하게 맞춘 뒤 플라즈마 챔버에서 강력한 플라즈마를 두 칩 다이 사이에 조사해 줌을 통해 접착하게 됩니다.
이렇게 두 칩을 마이크로 범위의 오차로 정확하게 붙이고, 정확하게 구리 성장판에 플라즈마를 조사할 수 있는 플라즈마 챔버를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세계에서 두 회사 뿐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바로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의 플라즈마 챔버와 네덜란드 BESI가 납품하는 컨택 장비입니다. BESI의 컨택 장비는 두 칩 다이를 마이크로 단위의 오차로 정확하게 겹치는 장비입니다. BESI와 어플라이드가 없다면 당장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을 시행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삼성전자에서도 BESI의 컨택 장비와 머플라이드의 플라즈마 챔버를 들여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고도화 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가 첨단 패키징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하이브리드 본딩은 필수이기 때문에 베시와 어플라이드 장비의 반입은 필수일 것입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3D 패키징과 맞물려 차세대 첨단 반도체 기술의 핵심으로 여겨지며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일단 TSMC가 CoWoS 패키징을 통하여 하이브리드 본딩과 어드밴스드 패키징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습니다. 삼성 전자도 어드밴스드 패키징 팀을 출범하고 추격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갈 길은 멀죠. 삼성의 분전이 필요한 시점이 돌아왔습니다.
AI 반도체의 특수로 인해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전기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AI 반도체 전쟁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회사는 어느 회사가 될까요? AI 반도체 패권은 과연 어느 나라로 향하게 될까요?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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