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시간
확진자가 200여 명을 넘어가면서 상하이 정부는 상하이를 순차적으로 지역을 봉쇄하고 전부 핵산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보통 48시간을 봉쇄하고 이틀에 걸쳐 두 번 핵산 검사를 한다. 검사 결과가 모두 음성이면 봉쇄가 해제되고, 누구 하나라도 걸리면 다시 봉쇄가 되는 방식이다.
오미크론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워낙 인구가 많다 보니 한꺼번에 사람들이 병원으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퍼지는 속도를 조절하기 위함인 것 같다.
아이들은 이미 지난주부터 기약 없는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었고 나 역시 이미 일주일째 재택근무 중이었다. 그리고 방금, 다음 주도 재택근무라는 공지가 떴다.
디자인 작업 때문에, 맥을 사용하려면 회사를 가야 하는데.. 핵산 검사 결과가 음성이면 결과지를 들고 회사를 잠시라도 가봐야 할까 고민이다.
우리 동네는 오늘내일 봉쇄가 된다. 단지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그리고 동네 슈퍼마켓까지도 모두 영업을 중단했다. 봉쇄라고 해서 긴장이 되고 무섭고 그런 것은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리미리 준비했었고 물과 쌀, 그밖에 먹을 것들은 충분하고, 어제 한바탕 반찬도 다 만들어둔 참이었다.
단지 어떤 막연한 불쾌감이랄까.
딱히 답답하다, 짜증이 난다, 무섭다, 이렇게 단정 지을 수 없는, 혹은 이 모든 것이 조금씩 섞여 미묘하게 불쾌한 감정들이 깊은 수면 아래 스멀스멀한 느낌이다.
많이 자란 아이들은 고맙게도 대부분의 것을 스스로 하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를 자주 찾고 내가 도움주어야 할 부분이 많았으며 그래서 나는 낮에 꽤나 바쁘다. 한창 자라는 아이들은 먹성이 좋았고, 그래서 나는 주방 붙박이가 되었다. 요리를 좋아하는 나 이지만, 뭐든 적당해야 즐길 수 있는 법이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라는 기한이 없기 때문에, 마음을 담담히 가지려다가도 또 나를 부르는 아이들 소리에 금세 짜증이 솟구치기도 한다.
어느새 나는 아이들이 모두 잠든 밤을 기다리며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봉쇄되기 하루 전날 부랴부랴 친구를 만났다. 다른 카페는 이미 다 닫았고, 밖에 작은 간이 의자만 있는 카페에서 아이스 라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일주일 만에 만나는 어른 여자였고, 아이스 라떼였어서
나는 무척이나 친구가 반갑고 커피는 맛있었다.
마침 비까지 내려줘서 날씨도 상쾌하고 서늘하니 기분이 좋았다. 각자 집에서 시간을 잘 보내자 인사하고 헤어졌다
왠지 상하이가 봉쇄될 것 같은 느낌에 지난 주말 부랴부랴 회사에 들러 랩탑을 가져왔다. 오는 길에 그냥 들어가기가 아쉬워 마침 가까운 거리에 새로운 편집샵이 오픈을 했고 웬일로 영업을 한다길래 즉흥적으로 찾아갔다.
주인이 아닌 듯한 매장 직원은 이 시국에 이제 막 오픈한 샵을 찾아온 나를 매우 반겼고 마침 샵의 분위기와 아이템도 참 괜찮아서 여유롭게 구경하고 접시와 오렌지향 향초를 구입했다. 왠지 이게 마지막 쇼핑일 것 같다는 농담을 건네며, 서로 조심하라 인사하고 후다닥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그곳을 방문한 시간과 그곳에서 가져온 물건들이 집에 갇혀있는 시간에도 은근히 위로가 많이 된다. 다녀오길 잘한 것 같다.
봉쇄가 시작된 아침부터 미리 소집한 아파트 단체방이 분주하다. 동별로 차례로 나와 핵산 검사를 받았다. 처음에는 버벅거렸던 중국 건강 앱 큐알코드 확보도 이제는 금세 나와 아이들 것 까지 다 받고 핵산 검사도 수월하게 마무리했다. 겸사겸사 동네 산책도 하고.
내일 다시 한번 검사를 해야 한다. 확진자가 나온다 해서 무서운 것은 아니지만, 생활이 불편하니 확진자가 없기를 바란다.